론스타 특혜 의혹은 여건만 바뀌면 언제든 청문회 등이 벌어질 수 있는 인화성 강한 사안이다.
금융당국으로선 국민 정서에 역행하는 해외 투기자본의 5조원 가까운 ‘먹튀’에 일조했다는 책임론을 비껴가는 게 절체절명의 과제인 셈이다. ‘변양호 신드롬’이라는 빗발치는 비난 속에서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여부에 대한 결정을 1년 넘게 질질 끌어온 것도 이런 이유였다. 결국 면피에 초점을 두고 입맛에 맞게 짜맞춘 듯한 결론을 내놓다 보니, 그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도 쉽게 수그러들긴 어려워 보인다.
산업자본이지만 산업자본 아니다
금융당국은 론스타의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 여부에 대해 ‘법문상 산업자본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산업자본으로 판정할 수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때문에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보유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별도 지분매각 명령을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이렇게 모순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론스타가 PGM홀딩스라는 자회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작년 5월 드러났기 때문이다. PGM홀딩스는 일본에서 골프장을 운영하는 회사로, 2010년 말 현재 총자산이 2조8,000억원에 달한다. 비금융회사의 총자산이 산업자본의 기준인 2조원을 훨씬 초과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금융당국이 고심 끝에 꺼내든 군색한 이유가 ‘외국자본에까지 국내 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 비금융주력자 제도는 국내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해 사금고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것인데, 해외자본에까지 일률적으로 적용한다면 법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면 자칫 씨티은행이나 골드만삭스 같은 글로벌 금융회사도 산업자본에 해당할 수 있어 형평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끊이지 않는 논란
만약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 판명되더라도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게 그간 금융당국의 공식 입장.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한도(4%)를 초과하는 나머지 지분에 대해 매각명령을 내리면 되기 때문에, 이미 조건 없는 매각명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행정조치 상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무리수를 둬가면서까지 론스타에 ‘산업자본이 아니다’라는 면죄부를 준 것은 금융당국의 책임 회피를 위한 성격이 다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이제 와서 뒤늦게 론스타를 산업자본으로 판정하면 금융당국이 관리 소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금융당국 결론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외국자본에까지 산업자본 잣대를 들이대는 건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이지만, 2004년 싱가포르 투자은행 DBS(테마섹 대주주)가 하나은행 주식을 취득할 당시에는 산업자본으로 판정해 보유 지분을 제한한 전례도 있다. 더구나 PGM의 존재가 드러나기 전까지만 해도 2조원이 넘지 않기 때문에 산업자본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오던 금융당국이 이제 와서 2조원이 넘어도 산업자본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는 건 자기 모순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업자본 여부 판단에 대한 금융당국의 역할을 너무 축소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론스타 측이 제출한 자료 외에는 판단할 수단이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거짓 자료를 제출해도 금융당국은 승인을 해줄 수밖에 없다는 것 아니냐”며 “금융당국의 존재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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