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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빵집의 굴복… 골목상권서 퇴각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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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빵집의 굴복… 골목상권서 퇴각 신호탄?

입력
2012.01.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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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그룹들이 또 한번 손을 들었다. 지난해 여론의 압력에 소모성자재구매대행업(MRO)에서 철수하거나 사업규모를 줄였던 재벌그룹들은 2라운드 격인 '빵집'논란에서도 결국 손을 떼는 결정을 내렸다.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철수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대통령까지 가세한 여론공세 속에 철수결정은 내렸지만, 재계 일각에선 '앞뒤 따지지 않는 마녀사냥식 공세'란 불만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MRO 공방이 거세지자 관련계열사인 아이마켓코리아(IMK)를 매각하는 깜짝 결정을 내렸다. 규모를 줄이거나 사업방식을 바꿀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느니 아예 논란의 원천을 제거한다는 취지였다.

이번 빵집 논란에서도 삼성은 같은 결론을 내렸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커피ㆍ베이커리 전문점 '아티제'가 "동네 빵집을 다 죽인다"는 비난에 직면하자 아예 철수를 결정한 것. 삼성 관계자는 "크든 작든 사업을 접는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다. 삼성이 상생문제에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재벌가 2ㆍ3세가 운영하거나 지분을 가진 빵집은 아티제 외에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외손녀인 장선윤 블리스 대표의 '포숑',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지분을 갖고 있는 조선호텔베이커리의 '데이앤데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세 딸 성이ㆍ명이ㆍ윤이씨가 전무로 있는 해비치호텔리조트가 운영하는 '오젠' 등이 있다. 신라호텔이 초강수(사업철수)를 둔 만큼 이들 재벌그룹들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사업을 접는 건 접더라도 사실관계는 명확히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재계관계자는 "정말로 재벌가의 빵집이 동네빵집을 고사시키는지 냉정히 짚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 빵집은 대부분 계열 백화점이나 호텔, 사옥, 대형 오피스 빌딩 등에 입점해 있는데, 어떻게 골목상권을 방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호텔신라의 '아티제'는 2004년 오픈 이후 서울과 충남 천안 삼성전자 공장과 오피스 건물 위주로 매장을 운영해 왔다. 롯데 장선윤사장의 포숑 역시 지난해 5월부터 대대적 확장공사와 함께 롯데백화점에 입점했는데, 9월 12개까지 늘었던 매장 수는 이후 매출부진으로 현재 7개로 줄었다.

정유경 부사장이 2대 주주로서 지분 40%를 가진 조선호텔 베이커리는 빵집 브랜드 '데이앤데이'와 '달로와요', 레스토랑 '베키아에누보'를 운영하고 있다. 데이앤데이는 이마트 118개 매장, 달로와요는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 등 10개 점포, 베키아에누보는 본점과 센텀시티점 등 6개 점포에서 영업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오젠은 해비치호텔리조트에 이어 지난해 말 양재동 사옥에 겨우 2호점을 냈을 뿐"이라며 "직원과 방문객 만을 상대로 더구나 시중보다 낮은 가격에 영업하고 있는데 어떻게 동네빵집을 고사시킨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베이커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벌 2,3세들이 빵과 커피까지 팔고 또 계열사에 입점해 손쉽게 돈을 번다는 건 분명 비판의 대상"이라면서도 "하지만 골목상권을 위협한다는 것은 솔직히 좀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여의도빌딩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커피전문점으로 다른 중소기업이 아닌 호텔신라의 '아티제'를 유치한 것을 두고도, 한 재계관계자는 "이것이야 말로 모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삼성계열 호텔신라에 이어 범 LG가에 속하는 아워홈까지 영세사업철수결정을 내림에 따라 관련 업종에 진출해 있는 재벌그룹들로선 철수든, 축소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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