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3,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법원 판결에 항의하는 보수단체들이 재판장의 집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계란을 던지는 일이 발생했다. 법원은 이례적으로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석궁 테러 사건을 다룬 영화 '부러진 화살'이 불러일으킨 논란과 함께, 사법부에 대한 불만이 집단행동으로까지 표출되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서울중앙지법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 6개 보수단체 회원 30여명이 곽노현 교육감 사건 재판장이었던 김형두(47) 부장판사의 서울 강남구 자택 아파트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도가니 판사 김형두의 법복을 벗겨라. 양승태 대법원장은 김 판사와 함께 물러나라"는 등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3시간 가까이 계속된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김 부장판사의 집 벽면과 유리창을 향해 계란을 던졌다. 2010년 1월 'PD수첩' 사건 판결에 불만을 가진 보수단체 회원들이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의 관용차에 계란을 던져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받은 적이 있지만, 재판장의 집 앞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시위 참가자들은 아파트 우편함에 '김형두 판사 비난 성명서'를 배포하려다 경찰과 경비원에 의해 제지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소속 판사들의 의견을 모아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법원은 "이 같은 행위는 판결에 대한 건전한 비평을 넘어 사법부 구성원과 가족의 안전을 위협하고, 나아가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며 사법부의 독립을 저해하는 행위"라며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이후 유사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엄중히 당부한다"고 밝혔다.
법원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사법부에 대한 불신 분위기가 증폭될 것을 경계하고 있다. 법원 측은 영화 '부러진 화살'이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는 실체 공방에도 불구하고 사법부에 대한 비난과 신뢰 추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최근 한명숙 전 총리, 곽노현 교육감 재판 결과에 대해 "화성인 판결"이라는 등 잇달아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도 결과적으로 법원의 위상을 흔드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수원지법 정영진(54)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게시판에 '영화 부러진 화살 관련_사법부 자성론과 관련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논란이 되는 사건의 실체를 법원이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부장판사는 "권리 구제나 공익적 목적 등으로 확정된 재판의 소송기록을 열람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널리 알려 국민이 직접 증거를 보고 판단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사건의 진실을 국민이 직접 판단하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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