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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도 씨앗은 뿌린다/ (상) 생존 싸움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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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도 씨앗은 뿌린다/ (상) 생존 싸움이 시작됐다

입력
2012.01.2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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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나쁘면 투자를 아예 끊고 경기가 좋으면 너도나도 투자하고. 이런 냉탕온탕식 투자로 인해 국내 기업들은 항상 과소투자에 의한 경쟁력 저하와 과잉투자에 따른 부실화를 반복해왔다. 하지만 최근 기업들이 글로벌화하면서 투자양태에도 근본적 변화가 오고 있다. 아무리 경기가 나빠도 미래를 위한 투자는 줄이지 않는 것이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씨앗은 뿌려야 한다는 이치다. 유럽재정위기 속에 새해를 맞은 국내외 기업들은 과연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고 있는지 집중 조명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지금 심한 홍역을 앓고 있다. 특히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권좌에서 밀려난 기업들은 절치부심 도약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최고경영진을 교체하고, 구조조정을 하고, 합병과 제휴를 모색하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우선 CEO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한때 세계 TV 시장을 호령했으나 삼성전자에 1위를 내준 일본 대표기업 소니는 오는 3월 외국인 출신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을 경질하고, 50대 초반의 카즈오 히라이 부사장을 CEO로 선임할 예정이다. 소니는 추락을 막기 위해 창사 이래 첫 '외국인 CEO'카드를 뽑았지만, 그마저도 실패하자 이번엔 '젊은 CEO'를 선택하게 됐다.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 전자업체 파나소닉도 오츠보 후미오 사장를 퇴진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최대 통신기업 NTT의 미우라 사토시 사장도 교체설이 흘러 나오고 있다.

애플보다 먼저 스마트폰(블랙베리)을 내놓으며 초기시장을 선점했지만 순식간에 밀려난 캐나다의 휴대폰제조업체 림(RIM)은 최근 공동창업주(짐 발실리, 마이크 라자리디스)까지 퇴진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수뇌부 교체 못지 않게 구조조정의 바람도 거세다. 한때 세계PC시장을 쥐락펴락했던 IT기업의대명사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금 구조조정을 준비 중이다. 애플과 구글 공세에 밀려 스마트폰 시장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아성이나 다름없는 인터넷 웹브라우저마저 거센 도전을 받자 MS는 결국 마케팅과 영업부문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기로 했다. 인원 감축 규모는 미정이나 수익률을 높이려면 조직 슬림화가 불가피해, 상당 정도의 몸집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자동차시장 1위를 내준 도요타 역시 굴욕의 사업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엔고와 지진 등 영향으로 더 이상 '일본 내 생산'원칙을 지킬 수 없게 되자, 해외생산비중을 늘릴 방침이다. 특히 소형차 생산을 해외에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아예 태국산 소형차를 일본 등 다른 시장으로 역수출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도요타는 현재 태국과 인도에서 소형차 비오스와 야리스, 에티오스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합종연횡 바람도 거세다. 인수합병(M&A)도 활발하고, 제휴도 적극적이다. 가장 움직임이 활발한 곳은 역시 지각변동의 진원지인 휴대폰 시장. 삼성전자 애플 등에 밀려 스마트폰 시장에서 설자리를 잃은 세계 최대 휴대폰업체 노키아는 MS와 손을 잡고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노키아는 MS의 스마트폰 운용체제(OS)인'윈도 7.5 망고'를 탑재한 '루미아' 스마트폰 시리즈를 내놓았으며, MS의 새로운 OS인 윈도8을 탑재한 LTE 스마트폰도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윈도OS의 점유율은 애플 iOS나 구글 안드로이드에 미치지 못하지만 노키아의 MS 모두 한때 세계시장의 권좌에 오래 있었던 저력이 있는 만큼 향후 시장에서 어떤 파괴력을 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노키아와 함께 세계를 호령했던 모토로라가 구글에 인수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한때 경쟁업체와 손을 잡는 '적과의 동침'마저 비일비재하다. 세계 3위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일본 엘피다가 4위인 미국 마이크론, 5위 대만 난야가 경영통합을 검토 중이다. 즉, 각 사가 별도로 회사를 유지하면서 구매, 개발, 생산 등은 공동으로 진행하는 방식.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세계 1, 2위인 국내 기업들을 겨냥해 연합전선을 형성하겠다는 의도"라며 "기술력 차이 때문에 격차를 쉽게 좁히기 힘들겠지만 3,4,5위가 뭉친다는 것 자체가 지금의 변화무쌍한 시장상황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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