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러진 화살'의 주인공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 복직소송 항소심에서 주심을 맡았던 이정렬(43)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25일 법원 내부게시판에 당시 소송 재판부의 합의 과정을 공개하며 올린 글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26일 법원은 이 문제로 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법원의 동료 판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신중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당시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겠다는 이 부장판사의 선의는 인정하더라도, 현직 판사가 재판부의 판결 합의 과정을 공개한 것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법원조직법은 법관이 심판의 합의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재경 법원 판사는 "직언보다 인내가 효율적일 때가 있다. 논란이 커지더라도 일단 지켜보고 인내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둘러싼 공방을 확산시킨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부장판사는 글에서 "김 전 교수의 승소로 합의가 된 결론을 다지기 위해 변론 재개를 했는데 결론이 뒤집혔다"며 법원이 김 전 교수에게 적대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내용처럼 석궁 테러의 피해자이자 재판장이었던 박홍우 부장판사가 의도적으로 결론을 내린 게 아니고, 사건 당시 자해를 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장판사의 글이 알려진 뒤 "원래부터 김 전 교수의 재임용 탈락에 문제가 있었고 이를 사법부가 잘못 판단한 것"이라는 쪽으로 일반의 여론이 형성되고 있고, 그 책임은 이 부장에게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장판사가 글을 쓴 진짜 동기가 무엇인지에 의문을 표하면서 법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부장판사가) 인터넷이나 SNS 등에서 쏟아지는 자신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인지, 정말 순수한 의도에서 진실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는지 모르겠다"며 "법을 어긴 만큼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파문이 커지자 "(이 부장판사의 글이) 법원조직법이 명문화한 규정에 위반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징계의 1차적 권한이 해당 지법원장에 있는 만큼 진행 상황을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논란이 확산되자 이날 오전 자신이 올린 글을 삭제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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