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세계 두 번째, 세 번째 줄기세포치료제가 잇따라 나왔다. 19일 공개된 생명공학기업 메디포스트의 '카티스템'과 안트로젠의 '큐피스템'이다. 지난해 나온 세계 첫 줄기세포치료제 '하티셀그램-AMI' 역시 국내 기업 에프씨비파미셀이 개발한 것이다.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급성심근경색에 쓰는 하티셀그램-AMI나 희귀질환인 크론병의 합병증(치루)에 쓰는 큐피스템과 달리 카티스템은 퇴행성관절염이나 무릎연골손상처럼 비교적 흔한 병의 치료제기 때문에 특히 환자들의 관심이 많다. 카티스템이 어떤 환자에게 효과가 있었는지, 허가 과정의 한계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수술과 줄기세포 치료 비교
뼈와 뼈 사이 관절에는 초자연골이라는 특수한 성분이 들어 있다. 외부 충격에 약하고 자연적으로 치유되지 않으며, 손상된 대로 두면 염증이 생긴다. 세계관절연골재생치료학회 기준에 따르면 관절 연골 손상 정도는 크게 1~4단계로 나뉜다. 연골이 완전히 닳아 없어진 4단계가 가장 나쁜 상태다.
연골이 많이 손상되면 주로 인공관절을 넣는 수술이나 뼈에 구멍을 내 골수가 흘러나와 골수 속 여러 성분이 연골을 재생하도록 유도하는 미세골절술로 치료한다. 그러나 인공관절은 평생 쓰기 어렵고 염증이 생기면 치료가 쉽지 않다. 미세골절술은 초자연골보다 질이 떨어지는 섬유연골로 재생되는 데다 나이가 많고 손상 부위가 크면 효과가 줄어든다.
카티스템 임상시험을 한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하철원 교수팀은 국내 10개 의료기관에서 무릎 연골이 2~9㎠ 손상된 환자 114명(평균연령 55세)을 모집해 절반에겐 카티스템을 주사하고, 나머지는 미세골절술로 치료한 뒤 1년여 경과를 관찰했다. 하 교수는 "손상 면적이 4㎠, 나이가 50대 중반을 넘을수록 미세골절술 치료 효과는 떨어진 데 비해 카티스템 그룹은 면적과 나이에 관계 없이 치료 성공률 70~80%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느끼는 통증 감소는 두 그룹이 유사했다. 카티스템 주사 후 통증이나 붓기가 생기는 등 가벼운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오래 가진 않았다고 하 교수는 설명했다.
"관절 환자 10%에 적용 가능할 듯"
카티스템은 제대혈(탯줄혈액)에서 뽑아내 배양한 줄기세포다. 신생아에서 나온 어린 세포기 때문에 조직재생 능력이 특히 뛰어나다. 임상시험 연구팀에 따르면 환자에게 주사한 부위 중 원래 뼈가 있는 부분에선 줄기세포가 뼈로, 연골 부분에선 연골로 분화했다. 줄기세포가 주변 환경을 파악해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이른바 '호밍이론'을 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10여 년 임상시험을 진행한 연구팀도 이 줄기세포가 어떻게 연골을 재생하는지 아직 정확히 모른다. 하 교수는 "카티스템 줄기세포의 (직접적인)효과인지 카티스템이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를 돕는 (간접적인)효과인지 확인하기가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또 피험자나 참여 의료기관 수 등 임상시험 규모를 더 확대하거나, 안전성 검증을 더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세계시장 선점을 이유로 정부가 너무 빨리 허가를 내준 것 아니냐는 얘기다.
줄기세포를 넣었을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어느 정도 규모로 얼마나 오래 확인해야 하는지는 아직 통일된 세계 기준이 없다. 때문에 너도나도 줄기세포 치료에 매달리는 건 경계해야 한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시각이다. 특히 인공관절을 대체할 거라는 기대 역시 아직은 섣부르다. 하 교수는 "현재로선 미세골절술 등 기존 치료가 어렵거나 효과가 낮을 걸로 예상되는, 전체 관절 환자의 약 10% 정도에 카티스템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 세포를 내 몸에
의학적 한계와 별도로 카티스템이 갖는 산업적 의미는 크다. 카티스템은 환자에게서 채취한(자가) 줄기세포가 아니라 다른(타가) 사람(동종)의 줄기세포로 만든다. 덕분에 보통 의약품처럼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품질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하 교수는 "무릎은 다른 조직이나 세포를 거부하는 면역 반응이 적은 부위라 다른 사람 세포라도 거부 반응 없이 이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타가줄기세포치료제로는 카티스템이 세계 첫 번째다.
현재 국내에선 많은 업체나 연구진이 이처럼 제조 공정을 비롯한 줄기세포 상용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기초 연구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2001년부터 약 10년간 발표된 한국의 줄기세포 관련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 논문 수는 상위 국가들과 큰 격차를 보이며 7, 8위권에 머물러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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