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서울 성내동의 주부 양미성(37)씨는 벌써부터 마음이 바쁘다. 입학 전 학습지도나 학교생활 등 챙길 것도 많은데 의외로 책가방을 고르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브랜드도 다양한데다 기능성을 앞세우며 차별화한 제품들이 양씨와 같은 학부모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양씨는 "주위 엄마들도 가능하면 좋은 가방을 해준다고 하니 아무거나 사줄 수도 없다"며 "인터넷으로 대략 살펴보긴 했지만 날을 잡아 직접 마트랑 백화점을 돌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한 백화점의 아동용 패션ㆍ장난감 매장에는 아예 초등학교 신입생을 위한 브랜드 가방들만 한곳에 모은 코너도 등장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예전에는 저학년과 고학년의 구분이 있었다면 요즘엔 1,2년 주기로 가방을 바꾸는 편"이라며 "저학년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다가 가방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고, 3학년만 돼도 고학년이나 중학생들이 사용하는 백팩으로 바꿔달라는 아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매장에는 주로 실용성과 기능성이 조화를 이룬 디자인이 많이 진열돼 있다. 미디어 세대의 입맛에 맞춘 입체형 캐릭터 디자인이 먼저 시선을 끈다. 아이들은 주저 없이 이 가방들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지만 학부모들의 관심사는 아이들의 신체 발육을 고려한 기능성에 꽂힌다. 어떤 가방을 골라야 할까? 업계 전문가들은 아이들 취향의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기능성과 더불어 무게, 소재에 특히 유의하라고 조언한다.
올해 르꼬끄 스포르티프, 휠팩, 닥스 키즈, EXR 등 다수의 브랜드에서 내놓은 '슐란젠 가방'은 대표적인 기능성 가방이다. 유럽에서 크게 인기를 끌어 지난해부터 국내에 선보이기 시작한 이 가방은 형태가 변하지 않는 하드케이스로, 다른 가방에 비해 등판과 어깨끈도 두텁다. S자 혹은 Y자형 등으로 인체공학적인 하드쿠션 등판을 덧대어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최소화함으로써 척추와 허리의 무리를 덜어주어 바른 체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아디다스의 '아디듀오' 도 이 같은 기능을 갖춘 제품이다.
무엇보다 매일 들고 다니기에 책가방에서 가장 중요하게 점검해야 할 요소는 무게다. 같은 크기라도 무게는 소재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아이가 직접 메보고 고르는 것이 가장 좋다. 키가 작은 아이라면 크기가 작은 가방 혹은 가로형 가방이 괜찮다. 책등이 보이게 넣을 수 있는 가로형 가방은 책 제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기도 하지만 걸을 때 가방이 허리나 엉덩이에 닿지 않아 바른 자세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어깨끈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가방을 한쪽으로만 메면 척추가 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방이 등과 허리에서 뜨지 않고 착 붙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책을 넣고 가방을 메었을 때 하드케이스가 아니면 자연스럽게 늘어지기 때문에 끈 길이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한창 뛰어 놀 나이여서 등받이와 어깨끈의 소재에 신경 쓴 제품도 많다. 땀이 차지 않고 통풍이 잘되는 매시 소재나 라텍스 소재를 사용해 습기로 인한 세균의 번식을 막기도 한다. 비에 젖지 않는 방수천 재질의 가방도 눈 여겨 볼 만하다. 아이들 가방 재질 중엔 유난히 반짝이거나 메탈 느낌이 나는 원단이 많다. 지나치게 요란하면 쉽게 질릴 수 있지만 이런 원단의 장점은 찻길에서도 눈에 띈다는 것. 이것만으로 안심이 안 되는 학부모를 위해 어두운 곳에서도 밝은 빛이 나는 소재 '3M 스카치 라이트'를 어깨끈에 단 제품도 있다.
책가방과 함께 구입하는 실내화 주머니는 다소 넉넉한 것이 좋다. 아이들의 발이 금방 자라서이기도 하지만 고학년이 되어서 실내화 주머니로 쓰지 못할 때는 준비물을 챙기는 보조 가방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속도를 내고 있는 기능성 책가방의 유행은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만화영화 캐릭터에 튼튼한 가방이 최고였다. 2000년대 들어 여행 캐리어처럼 바퀴 달린 가방이 등장하더니, 몇 년 전부터는 체형 보정이나 가벼운 소재 등의 기능성이 더해지며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동시에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기능성을 강화한 가방 가격은 고가 브랜드를 제외하면 대략 9만~14만원대다. EXR 브랜드 매니지먼트팀 유진남 대리는 "구매 경향이 가격보다는 품질과 실용성, 아이들의 바른 체형 유지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며 "결국 이런 기능성 강화가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동용 가방 시장은 저출산 경향으로 하락세가 예측됐지만 기능성을 강화한 책가방의 등장으로 최근 3, 4년간 시장 규모는 변함이 없다. 올해도 초등학교 입학생은 전년도에 비해 3만명 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 규모는 예년과 같은 2000억~3000억원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초등학생과 학부모의 마음을 잡기 위한 관련 업체들의 신제품 출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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