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초부터 인터넷에 이라는 글이 퍼져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이메가 또는 공구리우스라고 부르며 성경 구절을 패러디해 조롱ㆍ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그 중 비교적 짧은 제9장 을 인용하면 이렇다. "또 한 제자가 이메가께 아뢰되, '주여, 백성들이 저희를 가리켜 고소영집단이라고 조롱하더이다.'하매 이메가 박장대소하시며 가로되, '저들이 미쳤도다. 김흥구기나 이더콰라면 몰라도, 너희들이 어찌 고소영이 될 수 있겠느냐. 그냥 두어라. 아기쥐(어린 쥐)와 어미쥐(오랜 쥐)도 구별 못하는 저들이 아니더냐.' 하시니 제자들이 모두 뒤집어지더라."
삽질공화국, 몰입교육, 창조적 실용 등 이 대통령이 중점을 두는 정책을 하나하나 비꼬는 2mb복음은 유인촌 당시 문화부장관을 '딴따리아 인초니우스'라고 부르는 등 사람마다 적절한 별명을 붙여 놀리고 있다. 글을 쓴 사람은 성경에도 해박하고 인문학적 지식이 대단하다는 인상을 준다.
이 대통령의 집권 초기인 4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이런 정도의 조롱을 만들어 내거나 퍼뜨리면서 요새 말로 좀 쫄곤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아니다. 유머나 패러디 차원을 넘어 조롱과 저주, 욕설 악담 일색의 글과 영상이 각종 미디어에 넘치고 흐른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정봉주 전 의원의 수인번호 77이 새겨진 옷을 입은 도겐우라는 조각가가 이명박 동상을 망치로 산산조각 내는 동영상이었다.
이명박 때리기는 이제 누구나 한 번쯤 해봄직한 놀이가 된 것 같다. 영화 의 소재가 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 사건의 판결 합의내용을 공개해 더 유명해진 창원지법 이정렬 부장판사는 페이스북에 '가카새끼 짬뽕'이라는 패러디물을 올려 논란을 빚었던 사람이다. '나꼼수'가 이 대통령을 '가카'라고 부르며 놀리는 것은 본인은 거북하더라도 남들에게는 재미있는 풍자행위일 수 있다. 그러나 가카새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성인들이 정치적 견해에 따라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도 도가 지나치면 말썽이 되는데, 어린 자녀들까지 악담과 저주에 동참시키고 있으니 딱한 일이다. 지난해 11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시위에서는 '영리병원'이라는 4행시를 읊던 초등학생이 "이명박 천벌 받아라"고 외쳤다. 2년 전 전북 정읍에서는 농민단체가 시위를 하면서 초등학생들에게도 곡괭이로 조합장들의 허수아비를 찍게 한 일이 있다. 내용이 다르지만 두 사례의 본질은 똑같다.
5년 전 이맘때는 모든 게 노무현 탓이었다. 비가 와도 노무현 탓, 빙판에 미끄러져도 노무현 탓, 열차가 연착해도 노무현 탓이었다. 지금은 그 모든 게 다 이명박 탓이다. 인터넷에는 "우리 유행어 하나 터뜨려 봅시다."라면서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다"라는 말을 아무때나 쓰도록 선동하는 내용까지 있다.
물론 싫은 사람을 좋아하게 만들 방법은 없다. 노무현 정부 때 몇몇 신문은 거의 매일 악담과 저주로 지면을 메웠다. 한 신문의 만평은 후보 때의 노무현을 평범하게 그리더니 당선된 이후 조폭이나 양아치처럼 숯검댕이 일자 눈썹에 코는 옆으로 퍼지고 턱을 뾰족하게 그려 아주 사나운 인상을 만들어 적대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지금은 만화가들이 이 대통령을 무슨 마귀처럼 그린다. 캐리커처야 그럴 수 있다. 그야말로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일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언어의 내용이다.
대통령 비판은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지만, 언제까지 우리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저주하며 살아야 하나. 모든 일에 만능방패처럼 들이대는 '표현의 자유'에는 그 자유를 스스로 해치고 훼손하지 않을 정도의 품위와 분별이 있어야 한다.
박정희 독재시대에 빈민운동을 했던 제정구씨(1944~1999)는 국회의원이 된 뒤, 자신의 말과 행동이 어느덧 그 독재자를 닮아간다는 사실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저도 모르게 욕하면서 배우고, 싸우면서 배우는 것이다. 개인도 이런 점을 깊이 걱정하고 고민했는데, 사회 전체가 무디다면 발전이 없다. 이런 것은 사회 전체의 품격에 관한 일이기도 하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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