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포크 록의 산 역사인 정태춘(58) 박은옥(55) 부부가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이후 10년 만에 발표한 앨범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는 '서울역'에서 출발해 '티티카카 호수'에 정박한다. 새 노래들에는 인적이 드문 강과 바다의 아득하고 적막한 이미지, 고독한 여행자의 관조적인 시선, 그리고 죽음의 이미지가 교차한다. 동시대인들에게 사회적인 화두를 던졌던 이전 곡들에 비하면, 이 앨범은 시로 주고받는 대화처럼 들린다.
26일 발매된 '바다로…'는 이들 부부의 열한 번째 앨범. 1993년 발표한 8집 타이틀곡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재녹음한 것을 포함해 모두 9곡이 담겼다. 정태춘이 작사ㆍ작곡한 8곡의 새 노래 중 3곡은 박은옥, 나머지는 정태춘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부부는 2009년 30주년 기념 콘서트 등을 제외하면 지난 10년간 거의 공식 활동을 하지 않았다. 2002년 대선 직전 "보수화됐다"는 이유로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 지지를 철회하고 권영길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정태춘이 노 전 대통령의 사망 직후 추모 콘서트에서 자작시를 낭송했던 것 정도가 대중이 기억하는 모습일 것이다.
정태춘은 2010년 집중적으로 작곡에 몰두해 지난해 여름, 가을에 녹음을 끝냈다. 그는 앨범 가사집에 붙은 '후기'에 "지난 30여 년을 함께해 준 아내 박은옥을 위해 다시 노래를 만들게 됐다. 새 앨범을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려준 감사한 벗들을 생각하며 녹음 작업을 했다"고 썼다.
1978년 '시인의 마을'로 데뷔한 정태춘은 아내 박은옥과 듀오 활동을 겸하며 한국 포크의 선구자로, 또 진보적인 사회ㆍ문화 운동가로 활동했다. 사전심의에 저항하며 낸 앨범 '아! 대한민국…'(1990)이나 9집에 담긴 '5.18'(1998) 같은 노래에 드러났던 정치적 색채는 이번 앨범에선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눈 먼 사내의 화원'이 어렴풋하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지만 '후기'에서 9곡의 수록곡 중 유일하게 설명을 생략했다.
이들 부부는 앨범 발매와 함께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재개한다.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는 두 사람은 3월 6~11일 콘서트를 열고 팬들과 만난다. (02)3485-8700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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