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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지상전력 강화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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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지상전력 강화가 필요한 이유

입력
2012.01.2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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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즈칸이 세계 최대의 제국을 건설하게 된 배경에는 속도와 기동성 그리고 전투식량이 있다. 육포와 같은 보르츠를 전투식량으로 사용한 기마군단이 못 넘을 산도, 강도, 절벽도 없었다. 그리고 병자호란(1636년, 인조 14) 때 청나라가 청ㆍ몽골ㆍ한인(漢人)으로 편성한 10만 대군을 거느리고 압록강을 건너 개성을 지나 남한산성을 포위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일주일 남짓이었다.

역사에서 오는 교훈으로부터 현실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해 그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국가안보전략을 수립하고 군 전력체계를 갖추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새해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 발표 이후 우리의 안보전략에 대한 논의가 화두이다. 현존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고 통일 한국군 건설을 위한 전략적 판단과 선택을 통한 근본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은 2개 전쟁의 동시수행(Win-Win)에서 1개 전쟁수행과 타 지역에서의 전쟁 거부(One-Plus)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어려운 경제여건에 따른 국방예산 절감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우려되는 바는 미국의 국방전략 변화에 따라 한국군의 독자적인 대북 억제력 확보가 가능한지 여부이다. 미국은 육군을 57만 명에서 49만 명으로 감축하고, 국방예산도 10년 동안 4,870억 달러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 유사시 해ㆍ공군 전력의 증원은 변화가 없을 것이나, 미지상군 69만 명의 증원이 제한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북한이 권력세습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오판과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대남도발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대북 안보불안 및 억제력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

한국군은 전쟁억제를 위한 임무와 역할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유사시 최신예 전차와 헬기 등이 포함된 미 지상전력 증원의 제한으로 우리 육군은 한미연합 지상전력이 수행하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만 현 수준의 전쟁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을 갖추고 지상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첨단 정예부대가 필요하다.

북한군 대비 지상군전력은 우리가 크게 열세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국방개혁이 완성되면 지상군 병력규모는 북한의 107만명 대비 38만 7,000명으로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다. 우리의 지상군 무기체계는 대부분이 2세대의 수준으로 낡고 노후화되어 있다. 지상군의 주력인 보병사단의 경우 무기체계의 절반이 수명주기가 25∼30년 초과되어 있다. 병력규모는 해·공군 대비 6∼8배인 반면, 전력증강 예산규모는 동등한 수준으로 육군전력 증강이 아주 어려운 형편이다.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 이후에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작전할 수 있는 대북 억지력을 갖추는 지상군 규모가 필요하다.

특히 작전 종심이 짧은 수도권에 대한 적의 돌파를 방지하고 북한 장사정포 위협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개전 초 공격하는 적 부대 격퇴뿐만 아니라 서울을 겨냥한 적 장사정포를 제거하는 지상작전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화력, 방호력과 기동력을 갖춘 기동부대가 긴요하다.

제2차 세계대전 초 프랑스가 패한 이유는 마지노선이라는 강력한 방패를 가졌지만 날카로운 칼이나 창을 보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과학기술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창과 칼의 역할을 할 강력한 전략 기동군단을 보유해 적의 도발기도를 포기하게 하는 '적극적 억제전략' 수단을 갖추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기계화 부대 규모를 고려하고, 유사시 증원될 연합 지상전력 임무까지 수행하며 불안정 사태를 신속하게 통제하기 위해선 적정 수의 기동군단은 필수적인 소요이다.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에 따른 한국군의 대안은 첨단전력체계를 갖춘 기동군단 완비에 있다.

길병옥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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