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결혼할래?"(사용자)
"우리 그냥 친구로 지내자. 괜찮지?"(아이폰 '시리')
재치 있는 대화로 화제가 된 애플 아이폰의 음성인식 앱 '시리'(siri). 전문가들은 시리가 단순 대화 상대 서비스를 넘어 미래 상거래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경쟁 중인 애플, 구글, MS가 올해 시리와 같은 음성인식 서비스 플랫폼 시장에서도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한판 힘겨루기에 나설 태세다.
지난해 10월 아이폰4S와 함께 시리가 공개됐을 때 사용자들은 시리가 편리한 음성인식 서비스라고 생각했다. 날씨나 스케줄을 물으면 답을 화면에 보여주고, 음성으로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해주며, 때때로 짓궂은 질문에 재치 있는 답변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리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서비스가 아니라 '인공지능'이라고 말한다. 시리가 단순히 명령어를 검색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사용자와의 대화를 이해하고 또 그 의도를 해석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가령 지금은 시리에게 "내일 워싱턴행 항공 스케줄을 알려줘"라고 말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항공' '스케줄'같은 단어를 말하지 않아도 "내일 워싱턴에 가야 해"라고만 말하면 사용자의 일정과 선호하는 항공사를 찾아 내일 워싱턴행 항공편 스케줄을 보여주는 식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사람처럼 대화 맥락의 이해와 추론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인공지능 기술 덕분에 시리 같은 음성인식 서비스는 앞으로 상거래 등과 연결될 수 있다. 즉 사용자의 성향과 특성 등을 분석해 가장 적절한 상품을 제안하고 주문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래의 음성인식 서비스는 단순히 항공편 스케줄을 검색해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사용자 성향과 일정에 맞는 항공편을 찾아 예약까지 해주는 개인비서 같은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고 이는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ㆍ예약 등으로 무한 확장될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상규 음성언어정보연구부장은 "시리는 애플의 IOS나 아이튠즈, 앱스토어처럼 사용자와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또 하나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음성으로 상거래 서비스에 연결되는 또 하나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애플은 물론 구글, MS 등 스마트폰 OS 개발사들은 올해 음성인식 기술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음성인식 기술이 스마트폰 외에 울트라북, 스마트TV, 자동차, 냉장고 등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여 시장 표준으로 인식되는 것이 기업으로선 매우 중요해졌다. 애플보다 먼저 '보이스 액션'(Voice Actions)이라는 서비스를 내놓았던 구글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시리와 유사한 음성인식 서비스 '마젤'(Majel)을 내놓을 예정이다. 마젤은 시리와 비슷하게 좀 더 개선된 자연어 명령 처리 기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텔미'(Tell me)라는 음성인식 서비스를 갖고 있었던 MS도 시리에 대항하기 위해 이달 초 윈도폰용 음성인식 서비스 '애스크 지기(Ask Ziggy)'를 선보였다. 애플은 올해 현재 영어 등 3개 언어만 지원하는 시리에 한국어, 중국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을 추가해 타사 음성인식 서비스와의 격차를 더 벌린다는 복안이다.
박상규 부장은 "외국의 음성인식 기술이 한국의 상거래 생태계에 진입하면 일부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며 "올해 연말이나 내년쯤 순수 국내 기술로 한국어에 특화한 음성인식 서비스를 개발해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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