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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문학 닫힌 한국사회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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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문학 닫힌 한국사회를 열다

입력
2012.01.2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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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널리 알려진 재일동포 문인들의 글쓰기를 비교ㆍ분석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숙명여대 한국어문화연구소는 28일 여는 정기학술제 '고통과 기억, 슬픔의 미학: 재일 디아스포라 논객의 글쓰기'에서 강상중, 서경식, 양석일, 윤건차 등 4명의 동포 작가들을 집중 조명한다. 재일동포 2세인 이들은 경계인이자 소수자의 입장에서 국민국가와 다수자의 폭력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유려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표현해 일본은 물론 국내에도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했다.

권성우 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교수는 "최근 한국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이행되는 현실에서 재일한국인 문학은 한국문학 연구의 범주와 영역, 정체성을 규정하는 역할을 한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김응교 숙명여대 교양교육원 교수도 "한국과 일본의 경계에 선 작가들의 문제의식은 한국사회와 같은 닫힌 세계를 여는 새로운 열쇠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소설가 양석일씨는 강렬한 메시지와 세밀한 묘사, 파격적인 소재의 작품으로 주목 받았고, 대표작 <피와 뼈> 를 비롯해 <광조곡> <어둠의 아이들> 등 작품 상당수가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일본 내 반향도 크다. 김응교 교수는 미리 공개한 발제문에서 "그의 소설은 자이니치(재일한국인) 문학 1세대의 관념적 민족성을 넘어 현실 속 자이니치의 진짜 삶의 문제를 다룬다"고 평했다.

양씨를 제외한 3명은 학자이면서 문필가로 활동한다. 권성우 교수는 "경계인들의 상처, 좌절, 내면, 콤플렉스, 욕망, 열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글쓰기는 시나 소설 같은 중심장르보다 에세이, 자서전, 수기, 르포 같은 변두리 장르"라고 말했다. 그는 서경식, 강상중, 윤건차씨가 좁은 의미의 문인은 아니나, 그들이 발표한 산문, 시, 학술서 등은 여느 한국 또는 재일 문인과 비교하기 어려운 독특한 품격과 미감, 고유한 세계를 지니고 있다고 평했다.

서경식 도쿄경제대 교수는 1970~80년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른 서승 리쓰메이칸 교수, 인권운동가 서준식씨의 동생. <소년의 눈물>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 등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다수자의 억압에 대한 문제의식을 독특한 여운과 비극적 정서의 문장으로 드러낸 그의 글쓰기에 대해 고명철 광운대 국문과 교수는 "디아스포라 글쓰기의 전형"이라고 평했다.

98년 한국 국적자로는 처음으로 도쿄대 교수가 된 강상중씨는 서구 이론을 활용해 동아시아 문제에 접근한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내셔널리즘> 등을 냈다. 권성우 교수는 "서경식의 문체가 문학적 여운과 비극적 아우라를 가진 반면 강상중의 문체는 내용 전달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사회과학자의 문장으로 논리적이고 명료하다"고 비교했다.

윤건차 가나가와대 교수는 <교착된 사상의 현대사> <겨울숲> 등을 통해 한일 양국의 역사와 근현대 사상에 관한 깊이 있는 분석을 해왔다. 최강민 경희대 강사는 "그의 글쓰기는 나무보다 숲을 지향한다"며 "근대와 탈근대, 민족과 탈민족, 식민과 탈식민의 경계선에서 다양한 문제점을 짚어낸다"고 평가했다.

학술제는 28일 오후 1시30분 숙명여대 명신관 322호에서 열린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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