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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능 영어 더 쉬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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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능 영어 더 쉬워져야 한다

입력
2012.01.2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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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치러진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시험결과에 대해 논란이 많다. 논란의 핵심은 문제가 너무 쉽게 출제되어 변별력 확보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수능이 시행되기 전에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영역별 만점자 비율 목표를 1%로 설정하고 문제를 출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평가원의 기대와는 달리 2.67%의 수험생들이 영어 영역에서 만점을 맞았다.

영어 시험의 난이도에 대한 논란은 수능 시험 결과가 대학입시의 중요한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대학 본고사를 불허하고 고등학교 간 수준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현 입시체제에서는 전체 수험생을 줄 세우는 수능 시험을 대학들이 학생 선발의 중요 지표로 삼는 것은 극히 당연하다. 특히 상위권 대학들은 모든 과목에서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고 싶을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변별력이 없는 시험이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해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영어 학습의 목표와 활용도 등을 고려할 때, 영어 시험은 쉽게 출제되어야 한다.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데 있어 대다수 학습자의 영어학습 목표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를 원활히 하는 기본적인 의사소통능력 함양이어야 한다. 이러한 언어의 네 가지 영역 중 듣기와 읽기만을 평가하는 수능 시험은 이 목표를 측정하기에 적합한 평가 도구가 아니다. 또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출제되는 어려운 독해 문항은 현직 영어 교사들도 쉽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내용이 난해하고 답이 모호해서 문항 출제자가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문항을 출제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자아낸다. 수능 영어시험은 복잡하고 정교한 사고 체계를 측정하는 시험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영어를 활용하는 측면에서 볼때도 더 쉬워져야 한다. 영어를 많이 활용하는 대학 교육에서 대학생에게 요구되는 영어 독해능력과 듣기능력은 그다지 높지 않다. 영어로 된 교재를 읽기 힘들다고 푸념하는 대학 신입생들의 문제는 영어 독해능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 있다. 극히 일부 학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학과에서 사용되는 영어 교재의 구문은 간단하고 명확한 구조로 되어 있다. 일상 영어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중학교 과정만 제대로 이수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구문과 어휘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일상 영어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변별력을 우선시 해 굳이 어려운 문제를 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영어는 다른 수능 과목과 달리 수험생이 일정 수준의 영어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자격시험이 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현재 국가에서 추진중인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은 수능 영어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적절한 평가 도구로 볼 수 있다. 이 시험은 영어 사용에 있어 전반적인 네 가지 기능을 모두 평가하게 되며 현재 수능보다 훨씬 쉽게 출제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이 수능 영어시험을 대체하기 이전이라도 수능 영어시험은 지금보다 훨씬 쉽게 출제되어야 한다. 영어 학습의 목표와 활용을 고려한다면, 수능 영어 시험에서 만점이 10% 이상 나와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변별력을 높이고자 지나치게 어려운 문항을 출제하는 것이다.

변별력에 집착하면 우리가 영어를 익혀야 할 본연의 취지는 사라져버리고 오로지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 과도한 사교육을 조장할 뿐이다. 결국 입시 과열만 부추기고 우리 사회의 경쟁력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능 영어시험 1% 정책은 재고되어야 하고, 수능 영어는 더 쉬워져야 한다.

조동완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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