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전격적으로 넥센에 둥지를 튼 김병현은 20일 입단식이 끝난 뒤 구단 사무실에서 홈ㆍ원정 유니폼 치수를 쟀다. 넥센 구단은 김병현이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정식에서 입었던 유니폼과 똑 같은 사이즈로 입단식 유니폼을 제작했다. 바지 기장만 조금 줄었을 뿐 유니폼 치수로 본 김병현은 예전 체격 그대로였다. 구단 관계자는 "3년 쉰 허벅지 둘레가 예전 못지않았다. 몸 상태는 준비가 돼 있었다"고 전했다.
박찬호 송진우, 꿀벅지 앞세워 노익장
올 겨울 독수리 유니폼 입은 박찬호는 탄탄한 허벅지의 대명사다. 한화 입단 후 잰 공식 허벅지 둘레는 28인치. 웬만한 성인 여성 허리 둘레와 비슷하다. 한국나이로 40살이 된 베테랑이라고는 믿기 힘든 치수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초년 시절부터 혹독한 러닝 훈련으로 탄탄한 하체를 키웠다.
역대 최다승(210승)에 빛나는 송진우 한화 2군 투수코치도 현역 시절 25인치가 넘는 허벅지 둘레를 뽐냈다. 송 코치는 "짧은 거리를 뛰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반복했다. 잠들기전 다리 스트레칭도 잊지 않았다. 상체보다는 하체 훈련이 나이 들어서 큰 효과를 본 것 같다"고 했다.
하체 훈련 통해 제구력 키운다
허벅지 근육은 투수들에게 상당히 중요하다. 안정된 투구폼을 유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이는 곧 제구력과 직결된다. 굵은 허벅지가 걸출한 투수의 상징과도 같은 셈. 그래서 투수들은 겨우내 달리기를 포함한 강도 높은 하체 훈련을 통해 몸 상태를 끌어올린다.
허벅지 굵기만큼 중요한 건 허벅지 내 근육량이다. 투수들은 러닝은 물론 허벅지 근육을 키우기 위해 전문적인 하체 훈련도 병행한다. 투수 허벅지는 운동 선수 가운데 최고의 허벅지를 자랑하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나 축구 선수 못지않다.
탄탄한 허벅지는 롱런의 필수 조건?
프로야구 트레이너들은 허벅지를 '뚝배기'에 비유한다. 쉽게 달궈지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쉽게 식지도 않는 뚝배기처럼 탄탄한 허벅지 근육을 만드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한 번 만들어진 허벅지 근육은 쉽게 빠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간단한 예로 지난 시즌 16승 투수인 36살 김선우(두산)는 25인치에 가까운 허벅지 둘레를 자랑하고, 프로 13년차로 지난해 72번이나 마운드에 오른 임경완(SK)도 허벅지 둘레가 무려 27인치다.
베테랑 투수가 전성기 구위를 유지하지 못하는 이유가 반드시 허벅지에 있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피땀 어린 노력으로 만든 허벅지가 마운드에 오랫동안 오를 수 있게 하는 마법을 지녔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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