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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난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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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난분분하다

입력
2012.01.2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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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안 가 본 나라엘 가 보면 행복하다지만, 많이 보는 만큼 인생은 난분분(亂紛紛)할 뿐이다. 보고 싶다는 열망은 얼마나 또 굴욕인가. 굴욕은 또 얼마나 지독한 병변인가. 내 것도 아닌 걸, 언젠가는 도려내야 할 텐데. 보려고 하지 말라. 보려고 하지 말라. 넘어져 있는 부처의 얼굴을 꼭 보고 말아야 하나. 제발 지워지고 묻혀진 건 그냥 놔두라.

가장 많이 본 사람은 가장 불행하다. 내 앞에 있는 것만 보는 것도 단내 나는 일인데, 땅속에 있는 전설을 보는 자들은 무모하다. 눈으로 보아서 범하는 병.

끌려 나온 물고기가 눈이 튀어나온다.

● <맹자> 양혜왕 편에는 아주 유명한 일화가 하나 실려 있습니다. 당시에는 종을 만들면 신성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 위해 '흔종(釁鍾)'하는 풍습이 있었대요. 짐승을 죽여 그 피를 종에 바르는 것입니다. 어느 날 흔종을 위해 소가 구슬피 울며 끌려가는 것을 본 왕은 신하에게 소를 양으로 바꾸라고 명합니다. 소나 양이나 죄 없이 죽기는 마찬가지인데 정말 이상한 명령이죠. 그러나 이상하지 않습니다. 본 것과 보지 않은 것의 커다란 차이, 보고 나서는 차마 어찌할 수 없는 마음 때문이지요. 그래서 약하고 순한 시인은 보지 말라고 만류합니다. 하지만 그의 간곡한 만류에는 단호한 명령이 숨어 있어요. 일단 보고 난 후에는 결코 못 본 척 할 수 없고, 안 본 척 해서도 안 된다는 놀라운 행동주의!

*난분분하다: 눈이나 꽃잎 따위가 흩날리어 어지럽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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