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행이 잦은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지, 간혹 한국을 떠났을 때 한국을 떠남으로 해서 느끼는 불편함이 꽤 되는 듯하다. 빛 '광'보다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인터넷 문화가 그 중 대표적인 예이지 싶다. 접속하는 순간 모니터 전체로 퍼져나가는 각 포털 사이트의 신속한 자세를 외국에서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클릭에 클릭을 반복하다 못해 호텔 카운터에 항의와 읍소를 반복하는 내가 느긋하게 접속을 기다리는 외국인들에게는 꽤나 별스럽게 비치기도 했나 보다. 두바이의 한 호텔 라운지에서 암내가 향수였던 한 아랍 남자는 내게 이렇게 묻기도 했으니까. "너희 나라에 혹 지진이라도 난 거니?"
지진은 무슨, 오래 기다렸던 책 표지 시안을 디자이너가 보냈다니 참을 수가 있어야지. 그렇게 며칠 만에 들어간 인터넷 세상에서 만난 뉴스는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연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데이트가 되어 있었지만 지대한 관심 속에 엄청난 댓글을 자랑하는 건 연예계에 대한 시시콜콜한 가십이었다.
자극적인 제목 속에 연예인들의 공항 패션에 목매는 관심이라니. 누가 뭘 입고 뭘 신었다는 기사와 사진이 실시간으로 보고되는 가운데 그 짧은 기사 속 오타와 비문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그러고 보면 기자도 기자 나름. 드라마 줄거리를 요약해서 기사랍시고 올리는 기자가 있는가 하면 드라마 속에나 나옴직한 세상을 취재하려다 드라마 찍게 생긴 기자도 있으니 말이다.
김민정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