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는 작년 12월 서울 선릉역 인근에 오픈한 '365플러스'를 시작으로 편의점 사업에 신규 진출했다. 그런데 통상적인 편의점과는 확연히 달랐다. 기존 편의점이 프랜차이즈 형태로 점주를 모집해 운영하는 것과는 달리 직영에 가까운 형태인데다, 기존 편의점에서는 보기 드물게 1원 단위 가격표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1원 단위 가격은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SSM)에서나 볼 수 있는 방식. 더구나 이 편의점에는 신선식품 종류도 많이 진열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선 '겉만 편의점, 속은 SSM'이란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를 내놓자, 대형유통업체들의 '꼼수'출점이 늘고 있다. 법과 규제를 피해, 교묘한 방식으로 SSM의 문을 열거나 변종형태의 편의점을 내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SSM을 통한 신규 출점이 어려워지자 지난해 프랜차이즈 형태의 '롯데마켓999'를 시작했다. 현행 법규상 대기업이 운영하는 SSM의 경우 전통시장 반경 500㎙이내에 설립이 제한되고 있는데, 프랜차이즈 형태의 SSM 가맹점의 경우 '개점시 소용되는 비용의 51% 이상을 본사가 부담할 경우에만 사업조정신청 대상으로 한다'는 상생법 조항이 허점이라면 허점이었다. 즉 프랜차이즈 SSM을 골목상권 인근에 열더라도 가맹점주가 돈을 많이 내면,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업계에선 "롯데마켓999의 프랜차이즈 진출은 가맹점주의 투자비율을 높임으로써 상생법의 맹점을 교묘하게 피해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이후 문을 여는 SSM은 이런 형태가 대다수 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형태로 SSM을 만들더라도 대기업 지분이 45~49%가 된다면 실질적으로는 대기업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사업조정대상에서는 제외된다"면서 "최근 새로 개점하는 점포 중 절반은 이런 방식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합병(M&A)를 통한 우회확장도 논란거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가 굿모닝마트 하모니마트 등을 거느린 CS유통을 인수한 것과 관련, 일부 지역에서 시장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며 점포매각명령을 내린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같은 변칙ㆍ우회적 골목상권 진출이 계속되면서 전통시장은 점점 더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중소기업청 등에 따르면 전통시장은 2003년 1,695곳에서 2010년 1,517곳으로 7년 새 178곳(연평균 25개)이 사라진 반면 이 기간에 대기업의 SSM은 234개에서 928개로 4배 이상 늘었다. 매출에서도 전통시장은 2003년 36조원에서 해마다 줄어 지난해에는 24조원까지 감소한 반면 SSM 매출은 2조6,000억원에서 5조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SSM에 자리를 뺏긴 영세 슈퍼마켓의 점포수(매장 면적 150㎡ 이하)도 해마다 4,000개 이상 줄어 2009년엔 8만3,000개로 집계됐다. 전국상인연합회 서울지회 최치홍 사무국장은 "노량진 삼거리시장, 용산구 만리시장, 도봉구 도봉시장과 방학동 제일종합시장, 강북구 수인시장과 수유동 강북종합시장 인근에 대기업들이 진출하면서 사실상 전통시장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라고 주장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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