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김명호 전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가 서울고법 박홍우 부장판사를 상대로 일으켰던 '석궁 테러' 사건을 다룬 영화 '부러진 화살'이 사건의 진실 공방으로 확대되고 있다. 김 전 교수는 1996년 대입 본고사 수학 문제의 오류를 지적했다는 이유로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후 2005년 소송을 제기했지만 1,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결과에 승복할 수 없었던 김 전 교수가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박 부장판사(현 의정부지법원장)의 집을 찾아가 석궁으로 복부 왼쪽에 상해를 가했다는 것이 사건의 요지. 김 전 교수는 결국 2008년 징역 4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영화는 이러한 사건의 전개과정과 법정 공방을 담았다. 범행의 고의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증거가 조작됐다며 사법부가 이를 묵인하고 범죄자로 몰아갔다는 게 김 전 교수의 주장이자 영화의 줄거리다.
그러나 형을 확정한 대법원은"사전에 석궁 연습과 범행 장소를 답사했고, 범행 현장에 전문요리사용 회칼과 노끈을 가져간 것을 볼 때 우연히 발사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당시 유죄 이유를 밝혔다. 또 사라진 부러진 화살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이 결정적 증거물을 폐기 또는 은닉할 이유가 없다"고 봤고, 와이셔츠에만 없는 혈흔에 대해서도 "육안으로는 안 보이지만 유전자분석 결과 와이셔츠에서도 다른 옷에서 나온 것과 같은 유전자 혈흔이 발견됐다"고 일축했다.
특히 사건의 발단이 된 김 전 교수의 재임용 소송 항소심에서 주심을 맡았었던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원래 김 전 교수의 승소로 합의가 됐었다"고 밝혀, 법원이 김 전 교수에게 적대적이 아니었음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나섰다. 이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게시판을 통해 "심판 합의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법원조직법이 있지만 실정법 위반임을 알면서도 내용을 공개한다"고 전제하고 "처음 재판부의 합의결과는 김 교수 승소였다. 다만 김 교수의 청구취지가 '1996년 3월 1일자 재임용거부결정이 무효'라는 것이어서 상고가 됐을 경우 학교 측에서 '공휴일인 3월 1일에는 (결정 등)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면 공든 탑이 무너질 것 같아 김 전 교수를 위해 추가 심리를 했는데 결국 결론이 뒤집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즉 승소할 수 있었으나 김 전 교수 자신이 재판부에 대한 불신으로 소송대응을 소홀히 한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석궁테러 사건 발생 직후에도 이 부장판사는 "학교 측이 신청한 증인의 불리한 증언에 대해 반대신문을 하지 않아 결국 원고패소 판결했다"는 글을 올렸었다.
이 부장판사는 그러나 "(김 교수와 같은) 악성 당사자고 악성 민원인이라서 신청이나 행위를 무시한 적이 없는지, 그 사람 입장에 서서 왜 이런 행위를 하는지, 사람들이 왜 그 영화에 열광하는지 계속 고민해봐야 한다"고 사법부에 자성도 주문했다. 박 원장 역시 "영화는 영화일 뿐 (판결에는) 떳떳하다"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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