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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심의委, 이름값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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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심의委, 이름값 못하네

입력
2012.01.2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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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등록금을 책정하기 위한 심의기구'라는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가 상당수 대학에서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일부 사립대학이 등록금을 2~3% 인하하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학생들의 기대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운영규정 개정권은 학교에

정부장학금을 대학에 배분하는 권한을 쥔 한국장학재단이 못박은 등록금 결정 통보기한(27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동덕여대는 아직 등심위 자체를 열지 못하고 있다. 심의위원 구성에 대한 협의가 파행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총학생회는 지난해 12월부터 '학교 측 3명, 학생 측 3명, 전문회계사 2명'으로 등심위를 꾸리고, 회계사 중 한 사람을 학생 측 전문가로 초빙할 것을 요구했다. 회계사가 참여하지 않은 지난해 등심위에서 학생위원들이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던 경험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는 지난 18일 전문회계사를 1명만 추가한 등심위운영규정을 통과시켰다. 박주헌 동덕여대 기획처장은 "서로 싸우는 자리가 아닌 만큼 전문가는 1명만 두고 외부기관이 추천하도록 했으며, 처리 기한이 촉박해 부득이 교수회의에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연정 동덕여대 부총학생회장은 "심의를 제대로 도울 수 있는 전문가 초빙을 요구했는데, 이를 무시한 채 운영규정을 일방적으로 뜯어 고친 학교를 어떻게 신뢰하고 협상을 하겠느냐"고 반발했다.

이화여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학교 측은 '학교 6명, 학생 6명, 학교 측이 선임한 전문가 1명'을 고집하는 반면 총학생회는 학생 측 전문가 1명을 증원하지 않는 한 등심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등록금 협상은 아직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구색만 갖추면 그만

학생들이 회계전문가 선임권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그동안 등심위의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수일, 길어야 1달 동안 1,2차례 열리는 등심위에서 학생위원이 대학 살림을 훑어보기란 불가능하다. 박종찬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유명 회계법인 대표가 참여했지만 제대로 된 자문은 얻지 못했고, 예결산 자료 역시 표면적인 문제 외에 확인할 길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달 새 7차례 회의를 몰아쳐 진행한 고려대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상희(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말 전국 158개 대학의 등심위 현황을 분석한 결과 41.8%(66개)가 단 1번의 회의로 끝냈다. 5번 넘게 회의를 한 곳은 13.3%(21개)에 그쳤다.

애써 자료를 분석해도 대학이 '못 내린다'고 버티면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김삼열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몇 달 전부터 예결산 자료를 뜯어보고, 동문 회계사와 수시로 통화한 끝에 약 10%의 인하여력이 있다는 결론을 얻었지만, 학교가 3%가 상한선이라고 버텨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도 지난해 말 "2011학년도 등심위의 견제 기능이 취약하다"며 개선을 요구했지만 교과부는 후속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황희란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학생 입장에서 자문할 위원 선임을 보장하는 등 교과부가 제대로 된 등심위 운영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시 제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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