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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기자들 "조롱받는 뉴스 못 참겠다"… 뉴스 취재·제작 전면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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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기자들 "조롱받는 뉴스 못 참겠다"… 뉴스 취재·제작 전면 거부

입력
2012.01.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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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기자들이 자사 뉴스의 불공정ㆍ편파 보도를 비판하고 인적 쇄신을 요구하며 25일 오전 6시부터 전면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간판뉴스인 ‘뉴스데스크’(오후 9시)가 15분만 방송되고 시간대별 뉴스가 결방 되는 등 파행을 빚었다. MBC 노조도 이날부터 27일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 중인데 파업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측이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김재철 MBC 사장은 한일교류 패션쇼(KISS) 참석차 일본 출장을 떠나 사태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이날 제작거부에 동참한 기자는 취재기자들 모임인 MBC 기자회(회장 박성호) 소속 149명중 136명과 카메라기자들 모임인 MBC 영상기자회(회장 양동암) 소속 43명 중 42명 등 총 178명이다. 차장급 이하 기자 192명 가운데 92.7%가 동참한 것이다. 보도국 전체 인원 250명의 70%에 육박하는 현장 취재인력이 빠져나간 것. 이 때문에 ‘뉴스데스크’는 권재홍 앵커가 단독 진행하며 직접 기사를 읽거나 해외 특파원이 보내온 리포트로 때웠다. 제작거부에 참여하지 않은 차장ㆍ부장급 기자나 지역MBC 인력이 동원될 예정이나 앞으로도 정상적인 뉴스 진행은 어려운 실정이다.

MBC 기자회와 영상기자회 소속 기자 130여명은 이날 오전 6시 무기한 전면 제작거부 선포와 함께 모든 업무를 중단한 채 보도국과 로비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조롱받는 뉴스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구호를 외치며, 전영배 보도본부장과 문철호 보도국장 사퇴 등 전면적 인사 쇄신을 촉구했다.

박성호 MBC 기자회장은 “공정보도를 위한 그 어떠한 목소리에도 사측이 무시로 일관하며 기자가 뉴스를 안 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사내 상황이 임계치를 넘어섰다”며 “시청자분들께 불편을 끼쳐 죄송하지만 앞으로의 파행적인 뉴스를 막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으로 너그럽게 봐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대단히 어려운 선택을 한만큼 좋은 뉴스, 정상적인 뉴스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측은 협상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사태를 수습할 총책임자인 김재철 사장은 25~27일 사흘간 일본 도쿄 요요기경기장에서 개최되는 KISS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 김 사장은 28일쯤 귀국할 예정이지만, 그동안도 보도본부장 교체 등 기자들의 인적 쇄신 요구에 귀를 막아온 터라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ISS는 한일 패션쇼와 K팝 공연을 연계한 행사로 MBC와 일본 후지TV가 공동주최한다.

MBC는 기자들의 전면 제작거부에 따라 비상 편성계획안을 내놓고 뉴스를 대폭 축소했다. ‘뉴스데스크’는 50분 분량에서 15분으로 축소됐고, 대신 오후 9시 20분부터는 ‘내 몸이 보내는 SOS-구토와 구역질’ 편을 긴급 편성했다. 26일부터는 아침 ‘뉴스투데이’도 10분간만 방송하고, 낮 ‘12시 뉴스’도 17분에서 10분으로 시간을 단축한다. 오전 ‘930뉴스’, 오후 4시 뉴스, 6시 ‘뉴스매거진’, 밤 12시 ‘뉴스24’는 아예 편성에서 제외됐다. 기자들이 제작하는 ‘시사매거진 2580’도 일요일 방송이 어렵게 됐다.

한편 언론학자 대다수가 MBC의 올해 총선ㆍ대선 보도가 불공정할 것이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나 MBC 기자들의 제작거부에 힘이 실리게 됐다. MBC 노조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1, 12일 언론학과 교수 100명을 상대로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9%가 총선과 대선에서 “MBC가 공정하고 신뢰성 있게 보도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응답했다. “잘할 것”이라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MBC 보도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묻는 설문에도 “못해졌다”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63%와 68%에 달했다. 공정성과 신뢰성이 전보다 못하거나 개선되지 않는 이유로는 “친정부 성향의 간부들에 의한 보도통제”(70%)를 첫 손에 꼽아 불공정보도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MBC 기자들과 의견을 같이 했다. 주요 이슈에 관해서도 “문제있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는데, 서울시장 보궐선거(68%),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71%),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날치기 관련(79%),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73%) 등이 지적됐다.

또한 언론학자들은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방송사로 뉴스전문채널 YTN(43%)을 들어 MBC는 물론 공영방송 KBS 역시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했음이 드러났다. KBS를 꼽은 비율은 14%, MBC는 9%, SBS는 8% 순이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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