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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북한의 붕괴를 쉽게 바라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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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북한의 붕괴를 쉽게 바라지 말라

입력
2012.01.2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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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과연 곧 무너질까.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면서 한반도는 잠시 격랑에 휩싸이는 듯 했다. 하지만 한반도는 예상과 달리 곧 진정을 되찾았다. 주식시장도 정상으로 되돌아 왔고, 이제는 신문에서 북한 뉴스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예상과 달리 북한이 너무나 조용하니까 북한은 과연 붕괴할까 다시 한 번 궁금해진다. 사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김 위원장이 사망하면 급변사태가 올 수 있으니 만반의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대단히 분주했었다.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와 잔여수명 예측에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였다. 김 위원장이 사망하면 급변사태가 올 수 있다고 예측한 가장 큰 이유는 김정은으로의 권력이양이 불안정해 그 와중에 권력투쟁, 민중봉기, 내전, 대량난민 등이 발생하면서 북한이 급격히 붕괴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면 그러한 예측은 빗나갔다. 하긴 북한에 오랫동안 상주하면서 북한에 대한 감을 체득한 전문가조차 없는 실정에서 예측이 틀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한국에 수 십 년을 상주하는 한국 전문가들도 수시로 틀리긴 마찬가지이다. 그 와중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급진통일이 이루어지면 360만 명이 넘는 북한주민이 남하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북한 붕괴에 대한 또 한 번의 우려를 제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김정일 사후에 북한붕괴에 대한 예측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 대한 정보가 제한되어 있을 경우 우리는 막연히 감이나 희망사항에 의존하기 보다는 사회과학적인 비교분석에 의존해야 한다. 즉 국가붕괴, 내전, 대량난민 등과 관련된 기왕의 사례를 모아서 어떠한 조건에서 그러한 일들이 발생하는지를 이론화한 연구를 참조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이러한 비교분석 연구는 상당히 축적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에 비추어 보았을 때 김정일 사망과 함께 북한의 붕괴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은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붕괴의 가장 큰 촉발은 일인지배체제에서 독재자가 사망할 경우이다. 북한 역시 일인지배체제에서 독재자가 사망한 경우이다. 하지만 북한은 아무리 일인지배체제라 하더라도 전국적인 당조직과 국가기구가 잘 정비되어 있다. 2009년 북한이 전국적인 단위에서 화폐개혁을 단행했다는 것은 정책실패의 여부와 상관없이 국가기구가 상당히 잘 조직되어 있다는 반증이다. 이러한 경우 국가 지도자가 사망해도 다른 지도자가 대체해서 국가기구를 장악하면 상황이 종료된다. 한국도 박정희 대통령 암살이후 12·12 사태를 거치면서 신군부가 국가기구를 장악하고 상황이 종료된 역사가 있다.

두 번째로, 국가의 체제 붕괴가 이루어지려면 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대안세력이 이를 이끌어야 한다. 자본주의로 체제전환이 이루어진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가 이에 해당된다. 반면에 강력한 대안세력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체제전환이 지지부진하고 정체된다. 북한의 경우 강력한 외부세력과 연계된 대안세력이 존재한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세 번째로, 북한에서의 내전 가능성 역시 매우 낮다. 내전은 주로 상이한 종족 간에 이루어지거나 외부세력의 대리전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북한은 단일민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외국세력의 대리전을 치룰 상이한 강력한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넷째, 대안세력이 없고 정보통제가 잘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는 경제적인 빈곤이 반드시 국가붕괴를 초래하지 않는다. 미얀마 쿠바 등 빈곤국가의 생존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다섯째, 대량난민이 발생해 국가가 붕괴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내전이나 대량학살을 피해서 대량난민이 발생하거나, 아니면 쉽게 넘어가서 정착할 이웃 국가가 있을 경우 대규모 이탈자가 생겨나지만 북한에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론적으로 지금 우리는 북한이 붕괴할 것에 대비해 총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어떻게 북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보다 인간적인 국가로 변화시킬까를 고민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싱크탱크 미래智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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