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는 20년 동안 뭘 했습니까.”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많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할머니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할머니들 돌아가시는 게 통쾌합니까?”(이 할머니)
“허허허, 그렇게 말씀하시면.”(김 장관)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으로 외교통상부 장관과 마주 앉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외교부를 크게 꾸짖었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5) 강월출(83) 할머니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계자 등 5명이 25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김성환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다.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받기 위해 우리 정부의 실질적인 역할과 노력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한 이 만남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은 분노와 서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시간 가량의 면담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외교부는 일본 외교부냐, 한국 외교부냐”며 “(일본처럼) 20년 동안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기만 기다린 것 아니냐”고 분개했다. 그는 이어 “조선의 딸로 태어난 것뿐 아무런 죄가 없다. (배상금과 관련)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유상무상으로 받았다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우리는 아무 것도 몰랐으니 책임지라”고 말했다.
강일출 할머니는 “후세에 또 다시 유사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8월 정부의 무대책을 위헌이라고 결정하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가 지난해 11월 1,000회를 맞았는데도 외교부가 여전히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 데 분노했다. 헌재 판결 후 피해 할머니들은 이명박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지만 거부 당하고 외교부 장관과의 면담도 지지부진하다 겨우 성사됐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비쳐진 데 대해 송구스럽다”며 “정부가 일본에 지속적으로 군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각오”라고 답했다.
그러나 면담을 마치고 나온 할머니들은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표정이었다. 강 할머니는 “피해 할머니들이 연세가 많아 1년에 10명씩 돌아가시니 외교부가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