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설 연휴에 민감한 계획을 밝혔다. 수산 양식업에 대기업 진입 규제를 없애겠다는 얘기다. 서 장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어업을 산업으로 키우려면 대규모 자본이 투입돼야 한다"며 대기업의 양식면허 취득을 허용하는 수산업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확인했다. 현행 법령은 상시 근로자 1,000명 이상,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등 면허 결격사유를 정해 대기업의 해조류ㆍ패류ㆍ어류 양식업 진출을 막고 있다.
양식업은 최근 급성장세를 타고 있다. 유통 부가가치를 제외한 1차 생산액만 2000년 6,839억원이었던 게 2010년엔 1조8,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양식 품목도 해조류나 패류 중심에서 최근엔 고부가가치 품목인 전복과 어류 등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대지진 여파와 기호 수산물의 변화로 일본 및 중국 수출에도 청신호가 들어온 상태다. 따라서 대규모 양식산업 육성과 국제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게 농식품부의 판단인 셈이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상 양식업 육성은 당연하다.
문제는 대기업이 양식업에 뛰어들 경우 예상되는 기존 영세업자와 어민들의 피해다. 서 장관은 일단 "참치 전복 양식가공업 등 대규모 양식업에만 기업 진출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대기업의 양식업 허용은 수출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일단 대기업이 진출하면 이런 약속은 금방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법령 개정 과정에서 구체적인 영위 업종과 향후 내수시장 교란을 제어할 장치를 충분히 강구해야 한다.
대기업의 양식업 허용은 6만2,000여 양식 어민의 생계를 뒤흔들 큰 문제다. 어떤 식으로든 대기업 진출이 양식 어민들의 생업터전을 잠식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대기업은 제한된 품목이나 해외 양식기지 건설에 주력토록 하고, 별도 대책을 통해 영세 양식업이 독자적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지난해 농식품부가 발표한 1조7,000억원 규모의 양식산업 육성전략을 영세 양식업 경쟁력 강화에 적용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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