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재정위기의 진원지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리스와 민간채권단의 국채교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그리스가 일부 채권을 상환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민간채권단과 유로존이 그리스 새 장기채권의 손실 부담률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국채교환 협상은 지난해 10월 유럽연합(EU) 정상회의 합의 사항 중 하나로 3,500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부채 중 1,000억유로를 탕감해주는 것이다. 이 때 민간채권단도 보유 중인 그리스 국채의 손실률(헤어컷)을 50%까지 받아들임으로써 현재 국내총생산(GDP)대비 160% 수준인 그리스 정부부채 비율을 2020년까지 120%로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협상의 쟁점은 채권단이 현행 채권 대신 새로 교환받는 장기채권(20~30년 만기)의 표면 금리를 어느 정도로 정하느냐이다. 채권단은 4%의 이자율을 마지노선으로 내세워 "채권단의 실질 손실률은 50%를 웃도는 70%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반면 그리스 정부는 경제전망이 악화한만큼 3.5% 이상은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EU 재무장관들도 그리스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며 채권단을 압박하고 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그리스 채무조정이 궤도를 이탈했다"며 "금리는 명백하게 4%보다 낮아야 한다"고 못박았다.
협상이 결렬돼 3월 20일 만기가 도래하는 144억유로 규모의 채권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그리스는 무질서한 디폴트를 맞게 된다. 양측은 내달 13일까지 협상을 계속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채교환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부분적으로 디폴트를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4일 "그리스가 부채재조정을 결정하면 국가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로 강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선택적 디폴트가 일부 채권의 상환이 이행되지 않은 상태로 일반적인 디폴트보다는 낫지만, 민간투자자가 손실을 떠안는 현행 방식의 그리스 지원은 디폴트나 다름없다는 신평사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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