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교수가 대통령 후보로 나오든 안 나오든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지식인으로 꼽히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25일 <2013년 체제 만들기>(창비 발행)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안철수 교수에 대해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이 그렇듯 좋은 인상을 갖고 있고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백 교수는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서는 "4월 총선을 잘 치른다면 대통령에 당선될 확률이 클 것이고 총선에 참패한다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의 신간은 최근 정치에 대한 이 같은 견해와 올해 예정된 총선, 대선 이후 한국 사회의 체제 전환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9년 낸 <어디가 중도며 어째서 변혁인가>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사회평론집이다. 어디가>
제목에서 언급된 '2013년 체제'는 지난해 백 교수가 계간 <실천문학> 여름호에 기고한 '2013년 체제를 준비하자'로 촉발된 정치사회 담론을 말한다. 그는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끌어낸 사회 변혁의 연장선에서 한국 사회의 획기적 전환을 촉구하며 복지사회, 공정ㆍ공평사회 등을 구체적인 상으로 제시했다. 실천문학>
백 교수는 "노무현 정부 중반부터 87년 체제의 말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더는 새로운 단계로 비약하지 못하고 혼란상이 짙어졌다"고 말했다. 87년 체제의 건설적인 3대 동력인 민주화, 자유화, 남북화해가 노무현 정부 중반부터 동력을 잃었고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그는 이어 "경제적 자유화 측면에서도 노무현 정부에 오면 재벌들이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지고 노동운동은 기득권을 형성해 사회 혁신세력의 원래 의미를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다른 지식인들의 진보 담론과 '2013년 체제'가 구별되는 것은 6ㆍ15 선언으로 상징되는 남북관계 정상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골간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백 교수는 "남북 화해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한반도뿐 아니라 동아시아 정세에서 필수 조건"이라며 "점진적인 진전을 이루었던 평화와 화해 분위기가 이명박 정권에서 일거에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남북 문제와 관련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포용 정책을 한 단계 발전시킨 '포용정책 2.0'의 실행과 남북한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교류 폭을 확대한 남북한 공동관리장치인 '남북 국가연합' 구축을 제안했다. 그는 "국가연합 구상은 노무현 정부 말기의 10ㆍ4 선언으로 시동이 걸렸다"며 "이명박 정부가 정상적인 보수 정권이었으면 계승했을 것이고 임기 내에 남북연합도 건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의 냉전 해체를 보면 진보 정권이 사회 변화의 전례를 만들면 보수 정권이 이를 계승해 국민적 합의로 굳어졌다"면서 "그 점에서 이명박 정부는 보수 정권의 자격도 없다"고 비판했다.
백 교수는 "2012년 선거는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며 "건강한 보수가 힘을 얻기 위해서도 수구세력의 헤게모니가 깨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보세력이 새 시대를 감당할 충분한 준비가 돼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새 대통령이 처한 상황은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 때보다 더 어려울 것이란 점입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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