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가장 행복한 근로시간은 얼마일까. 아예 놀고 먹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사회 통념은 하루 8시간이다. 이마저도 토요 휴무, 휴가연장 등으로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자연 속에 살면서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하루 4시간만 일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가장 큰 이유는'보다 많은 자유'를 얻기 위해서다. 노동을 최소화하고, 나머지 시간은 하고 싶은 독서나 글쓰기, 가족을 위해 투자한다는 것이다.
■ 여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따른다. 노자의 말처럼 문명의 이기를 버려야 한다. 컴퓨터도, 휴대폰도, 심지어 전기도 최소한 사용을 억제하라. 의식주도 마찬가지다. 풍성한 식탁, 한겨울에도 난방이 충분한 안락하고 포근한 집과 비싼 옷을 탐내서도 안 된다. 아무리 높은 수익이 보장된 분야라고 해도 돈을 위해 일을 더 해서는 안 된다. 자녀 교육방식도 바꾸어야 한다. 남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 결국 삶의 가치나 목표 자체가 달라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얘기다.
■ 한국만큼 노동시간이 긴 나라도 없다. 1960,70년대에는"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며 죽기 살기로 1주일에 60시간씩 예사로 일했다. 강제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첨단 문명, 안락한 주거, 풍성한 식탁, 자녀교육을 위해서 스스로'노동의 노예'가 됐다. 지난해에도 OECD 회원국 중 최장인 2,193시간 일했다. 야근, 휴일근무로 1주일에 68시간 일하는 곳도 아직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는 올 설 연휴에 중국관광객 특수를 노려 하루만 쉬어 눈총을 받았다.
■ 정부가 근로시간 줄이기에 나섰다. 자동차업계 근무를 주간2교대로 바꾸고, 휴일근무도 법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앞세우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일자리를 늘리려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외환위기인 1998년에도 같은 목적으로 시도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유야 뻔하다. 기업의 희생도 희생이지만 줄어든 시간만큼 임금을 적게 받거나, 생산성을 늘리려는 근로자들의 양보와 노력과 나눔의 자세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고 다를까.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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