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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말기 대중정서·사법 불신 세태 '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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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말기 대중정서·사법 불신 세태 '명중'

입력
2012.01.2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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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러진 화살'이 개봉 1주일 만인 24일까지 모은 관객은 89만8,032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다. 현 추세라면 26일쯤 100만을 돌파할 전망이다.

'부러진 화살'의 사회적 파장과 화제는 관객동원 그 이상이다. 덩달아 흥행도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개봉일(18일) 전국 245개였던 상영 스크린은 24일 456개로 급증했고 더욱 늘어날 분위기다. 25일 예매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예매(26일~2월1일) 점유율은 24.29%를 기록해 처음 1위에 올랐다. 30, 40대 남성 관객들이 '부러진 화살' 예매 비율 증가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뒷심에 의지한 장기 흥행의 전형적인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영화계에선 제2의 '도가니'(466만2,822명)가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러진 화살'의 흥행은 개봉 시기가 적지 않게 힘이 됐다. 정권 말기 사회적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사법부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영화가 일종의 욕구 분출구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지난해 '도가니'의 성공에 이은 '부러진 화살'의 흥행은 최근 시사풍자 코미디가 증가한 것 등과 궤를 같이 한다"고 분석했다.

충무로에 전해진 여진도 적지 않다. 마케팅비 등을 포함한 총제작비 15억원(순제작비 5억원)이 들어간 '부러진 화살'은 이미 손익분기점(50만명 가량)을 넘어섰다. 제작비 10억원대 저예산영화로는 보기 드문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오동진 동의대 영화학과 교수는 "저예산 독립영화가 이제는 상업영화권에 일정한 지분을 확보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감독들의 조로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충무로에서 60대 중반 정지영(66) 감독의 상업적 성공이 남길 파급효과도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러진 화살'은 정 감독의 14년만의 복귀작이다.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뿐 아니라 법조계를 권모술수를 일삼는 음흉한 집단으로 바라보는 영화들이 최근 늘고 있다는 점도 눈 여겨 볼 만하다. 충무로는 대중들의 정서와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2010년 개봉한 '부당거래'는 검찰을 자신의 이익만을 쫓으며 월권을 행사하는 집단으로 묘사했고, 지난해 개봉한 '의뢰인'은 함정수사를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표현했다. 다음달 2일 개봉하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로비에 흔들려 수사를 무마시키거나 깡패처럼 행동하는 검사와 전관예우의 병폐 등을 담고 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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