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국정연설에서 구체적 외교 현안으로 이란 문제만 언급했다. 미국 외교의 단골 메뉴인 중국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빌 클린턴 정부 시절 세계 유일의 강대국 미국을 지칭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국가(indispensable nation)'라는 말을 다시 사용해 미국의 건재를 과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이란 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의 핵무기 취득을 단호하게 막을 것이며 이를 위해 어떤 옵션도 테이블 위에서 내려놓지 않겠다"고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국제적 의무를 지킨다면 국제공동체에 다시 합류할 수 있다"며 평화적인 해법을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 문제로 인해 이란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에 대해선 일절 발언하지 않았다. 과거 세차례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향해 핵 폐기 약속의 이행을 촉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제재하겠다고 경고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김정은 체제를 간접 인정한 오바마 정부가 당분간 북한의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관망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핵 문제가 미국의 핵심 현안인 이란 문제에 밀려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미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국가"라고 반박했다. 그는 "세계가 변하고 있고 우리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미국은 세계 현안에서 빠질 수 없는 단 하나의 필수국가"라며 "도쿄에서 베를린, 케이프타운에서 리우데자네이루까지 미국의 의견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의 새로운 지도력이 국제사회 전반에서 감지되고 있다"며 "가장 오래된 동맹국인 유럽과 아시아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전에 없이 강력해졌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태평양 국가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오바마 독트린을 재차 강조하고 이스라엘을 포함한 동맹국에 대한 안보공약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말 그대로 연방의 상황(State Of The Union)에 대해 의회에 보고하는 게 주된 취지다. 따라서 국정연설이 구체적인 외교정책보다 국내 문제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오바마의 이날 연설도 꼭 그랬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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