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은 11월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국내 현안을 주로 언급한데다 오바마 대통령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을 대거 초청했기 때문이다.
극단적 정치 대립을 자제하자는 뜻에서 지난해 국정 연설 당시 자리를 섞어 앉았던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은 이날도 정당별로 자리를 나누지 않고 섞어 앉은 채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경청했다. 일부 의원은 언론 노출이 잘되고 오바마 대통령의 입ㆍ퇴장 때 악수를 할 수 있는 통로 자리를 놓고 경쟁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 대한 양당 의원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로이터통신은 "양당 의원들의 반응이 지난해 국정 연설 때보다 더 차이가 났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 국정연설의 목표는 미국의 문제를 극복하려는 게 아니라 공화당을 정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당 의원들은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전 철군 성과와 교육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한 목소리로 환호하고 박수를 보냈다. 이런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 백악관은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지휘한 윌리엄 맥레이븐 미 특수작전사령부 사령관을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곁에 앉혀 홍보효과 극대화를 꾀했다.
초청인사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끈 사람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비서 데비 보사네크였다. 미셸 오바마의 초청을 받아 참석한 보사네크는 버핏이 지난해 "나는 내 비서(보사네크)보다 낮은 소득세율을 적용 받는다"고 언급하면서 부자증세의 당위성을 상징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이 경제적 평등이라는 메시지를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인물로 보사네크를 지목했다"며 "그의 초청은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애리조나 총기 난사사건으로 중상을 입은 뒤 재활치료 중인 가브리엘 기퍼즈 애리조나주 연방 하원의원의 참석 역시 눈길을 끌었다. 제프 플레이크(공화), 라울 그리발바(민주) 의원 등의 손을 잡고 입장한 그는 의원들의 뜨거운 환대를 받았으며 오바마 대통령도 연설에 앞서 그와 포옹했다. 방청석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 마크 켈리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기퍼즈 의원은 이날 국정 연설 참석을 끝으로 의원직을 사퇴할 예정이다.
연설에는 자신이 게이라고 밝힌 진저 윌리스 미 공군 대령도 초청됐는데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군의 동성애자 차별 정책 폐지 등 소수자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밖에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의 부인 로런 파월 잡스 등도 특별 방청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