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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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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실수

입력
2012.01.2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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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미술관에 전화벨이 울린다.

밤 열두 시, 텅 빈 전시장 안에 벨 소리가 요란하다.

만약 누군가가 깜빡 잠들어 있었다면, 놀라서 곧바로 깨어났을 것이다.

이곳엔 불면증에 시달리는 예언자들과

달빛에 안색이 창백해진 고색창연한 왕들뿐.

그들은 조용히 숨죽인 채 만물을 무심하게 바라본다.

겉으로만 부지런한 척하는 고리대금업자의 아내는

벽난로 위에 놓인 전화기가 쩌렁쩌렁 울려대는데도

손에 든 부채를 내려놓을 생각조차 않는다.

다른 이들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반응에 익숙해져버렸기에,

토가를 걸치거나 혹은 알몸인 그들은 마치 그 자리에 없는 듯 오만한 태도로

한밤중의 경적을 무심히 흘려보내고 만다.

맹세컨대 이것은 왕실의 가령(家令)이 전화를 받기 위해

액자에서 뚜벅뚜벅 걸어내려 오는 것보다 더 우습고 황당한 일이다.

(하긴 그의 귀를 두드리는 건 고요한 적막뿐인데 무얼 기대할 수 있으랴.)

더 황당한 건 도시의 저편, 어딘가에

자신이 잘못된 번호를 돌렸는지도 모르는 채

꽤나 오랫동안 수화기를 관자놀이에 갖다 대고 있는

순진하기 짝이 없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엄연히 살아 있다. 그래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 말벌은 먹이를 잡을 때 얼마나 노련한지 한 치의 실수도 없다고 해요. 정확히 신경중추를 찔러 마비시키는 솜씨가 "최고의 곤충학자와 숙련된 외과의사 같다"고 철학자 베르그손이 말했을 정도랍니다. 말벌은 곤충이 날아오면 어떻게 죽일까 고민하거나 망설이지 않고 기계적으로 응합니다. 그러니 실수가 없는 것이겠지요. 베르그손은 인간의 의식이란 "주저함, 또는 선택"의 활동에 다름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지난 주말 우물쭈물 바보 같은 짓만 골라 했던 그 사람을 이제 그만 용서해주세요. 전화도 받아주세요. 엄마 화 돋우기를 방학숙제로 받아온 듯한 아이들의 실수도 이해해 주시고요. 그토록 어리석었던 우리의 청춘, 무수한 실수들도 웃으며 떠올려 주세요. 모두가 엄연히 살아있어서 그래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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