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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인터뷰] '진보적 자유주의' 화두 꺼낸 최장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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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인터뷰] '진보적 자유주의' 화두 꺼낸 최장집 교수

입력
2012.01.2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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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선거는'분배' 문제가 최대 이슈 될 것"

2012년 최대 이슈는 단연 정치다. 20년 만에 대선과 총선이 한꺼번에 치러지는데다, '나는 꼼수다' 인기와 시사풍자 코미디의 귀환이 증명하듯 제도 밖 정치 담론도 어느 때보다 뜨겁다. 제도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시점에 제도 정치의 가장 큰 판이 벌어지는 셈이다.

정치의 해를 맞아 '한국의 민주주의' 연구에 천착해온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그는 "정치적 열망은 궁극적으로 정당을 통해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2008년 촛불시위 당시 정당정치를 벗어난 '운동'의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냉소적이었던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그에 비하면 최근의 정치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은 한결 유연해졌다. 최 교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학생 문제를 정치 이슈화시킨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1960년대 텔레비전의 등장 이후 최대 정치 변수가 됐다"고도 했다.

최근 최 교수가 꺼낸 화두는 '진보적 자유주의'다. 그가 그간 매달려온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연구의 연장선에 있지만, 총선과 대선이 맞물린 올해 어느 정당이 이 담론을 흡수할지, 어떤 정치적 파급력을 낳을지 학계에서 벌써부터 주목하고 있다. 인권의 평등함, 다원적인 가치와 신념의 존중, 국가권력에 대한 견제, 시민사회의 자율성 등 자유주의의 핵심 내용들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 주된 논지다. '진보'란 수식어 때문에 얼핏 통합진보당에 맞는 이념 같지만, 정작 최 교수는 이 담론을 발전시킬 정당으로 민주통합당을 지목했다.

#민주당 대안은 진보적 자유주의

-최근 '진보적 자유주의'란 새 화두를 꺼냈는데, 계기가 뭔가.

"그동안 우리가 민주화하는데 급급했던 나머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기본적인 가치를 생각하는 것이 부족했고, 이념의 빈곤을 느끼게 되었다. 민주주의에서 개인의 기본권, 자유, 평등을 포함하는 개인의 위치는 무엇이고, 국가, 시장, 시민사회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돼야 하며, 민주주의의 제도를 만드는 기본적인 원리는 무엇인가에 대해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기다. 서구와 비교할 때 역사적 발전이 좀 거꾸로 된 것 같지만, 우리가 발전시킨 민주주의의 기초에서 자유주의를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정치 상황에서 진보적 자유주의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보나.

"오늘날 거대기업의 성장을 위한 토양을 만들었던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 체제로부터 사회민주주의, 사회적 시장경제에 이르기까지 자유주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다. 그래서 자유주의 의미를 한정하는 의도로 '진보'를 붙였다. 진보적 자유주의는 사회민주주의적 이념이나 가치, 복지와 노동문제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순수하게 시장자율성에 기초한 경제적 자유주의와는 다르다. 진보적 자유주의는, 오늘날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분배 구조의 불평등, 노동의 권리보호와 사회복지의 부재, 그것이 만들어낸 사회 양극화를 다룰 수 있는 이념적 자원을 부분적으로나마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그 '진보적 자유주의'는 전체 이념의 스펙트럼에서 보자면 어디쯤에 있는가.

"굳이 말하자면 유럽사민주의에 가깝다. 그러나 유럽사민주의도 70년대 말까지가 이상적인 모델이다. 그렇다고 지금 우리가 70년대 이전 고전적인 사회민주주의로 돌아갈 수는 없다. 시장을 부정하고 국가중심적인 경제모델로 돌아갈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독점대기업이 끌고 가는 시장, 또 그들의 압도적 영향 아래 있는 국가에서는 민주주의, 시장, 정당, 언론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진보적 자유주의는 민주주의를 제대로 작동시키는 것을 통해, 시장을 경쟁적이게 하고, 동시에 사회복지를 확대하는 사회적 가치와 이념의 틀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한국정치에서 경쟁하는 정당들이 구체적으로 자신의 이념을 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보수든, 진보든 자유주의에 관한 이념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정당은 하나도 없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이념이나 가치의 다원주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한국은 경제운영 원리에 있어 성장과 효율성이라는 하나의 가치가 지배해왔고, 국가-재벌연대가 그 동력이었다. 정당들도 그에 대안이 될 수 있는 경제운영, 성장, 복지의 원리를 이념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진보적 자유주의 노선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정당이 어디라고 보는가.

"나는 기존에 있는 정당을 놓고 이념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정당들은 자신들의 가치와 정책목표에 대해 이념을 통해 이를 제시할 만한 단계에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냥 한나라당은 보수적정당, 민주통합당은 진보적 정당, 통합진보당은 더 진보적 정당, 하는 식으로 막연하게 얘기하고 있을 뿐이다. 진보의 정조는 널리 있는 것 같지만, 구체적인 진보의 이념은 없다. 나는 각 정당들이 스스로의 이념을 규정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노선을 따라 정책 프로그램들을 발전시켰으면 한다. 그것이 정치발전이다. "

-진보적 자유주의는 언뜻 들으면 통합진보당에 맞다는 생각이 든다. 통합진보당의 역할이나 기능은 어떻게 전망하나.

"진보적 자유주의가 이 신생정당에 잘 어울리는 지는 모르겠다. 이념정당과 대중정당적 성격의 이질적인 정당들이 합쳐진 것은 새로운 실험이다. 성공한다면 정당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통합과정에서 이질적인 요소들을 어떻게 하나의 이념틀로 묶었는지 설명이 없다. 또 통합이 명사 위주로 이뤄져 과연 누구를 대표하고, 누구에게 어필코자 하는지 잘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

-양당제를 선호하는 건가.

"개인적으로는 다당제를 선호한다. 노동운동을 대표하는 정당이 있어야 한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역사교육과정 및 교과서 집필기준에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일괄 변경해 논란이 있었다. 이 논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자유민주주의라고 표현하는데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면 우리 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은 왜곡되고 변형된 특별한 역사성을 갖기 때문이다. 서구에서와 같은 의미라면 현대의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자유민주주의가 냉전반공주의와 권위주의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활용됐다. 그런데 민주화 이후 꼭 그 말을 써야 할 이유가 있겠는가. 민주주의면 충분히 자유민주주의를 뜻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생 만난 후 안철수 현상 이해하게 돼

-최근 경향신문에 연재하는 칼럼에 지역 대학생, 노동자, 시장 상인 등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싣고 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나.

"칼럼의 분량이 보통의 두 배로 상당히 길어 추상적으로 쓰면 읽는 사람이 흥미를 느끼기 어렵다. 그래서 스토리를 넣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왕 인터뷰를 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 자신 현장에 가보면,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다른 측면, 모르는 것을 배우게 된다."

-현장 탐방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이 있다면.

"예를 들어 지방대학에 가서 학생들을 만나면서 두 가지를 느꼈다. 요즘 대학생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정치의식이 훨씬 성숙해 있다는 것이다. 취업준비, 장래에 대한 걱정, 영어공부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에서도 정치적으로 매우 성숙해 있어 놀라웠다. 그래서 학생들이 처한 현실을 정치적 방법으로 해결해주지 못하는 정당과 정치인의 문제가 크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 인터뷰를 하면서 최장집 교수가 달라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예컨대 안철수 현상을 비판적으로 보는 반면 또 이해하려는 측면도 있다.

"날카로운 지적이다. 안철수 현상에 대해 그렇게 비중을 두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학생들 만나보니 왜 그를 좋아하게 됐는지 이해가 됐다. 그가 사회문제를 이해하고 제기하는 방식에 완전히 동의해서라기보다, 그가 보여주는 삶의 자세, 그가 제기한 문제들, 즉 취업문제, 경쟁의 불공정성, 경쟁사회의 비효율성, 미래를 꿈꾸지 못하게 하는 사회 환경 등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점에 대해 그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됐다."

-최근 주목하는 정치 변수는 뭔가.

"복지문제, 노동문제 같은 사회경제적 이슈가 중요한 정치이슈가 됐다는 거다. 특히 젊은 세대가 사회경제적인 이슈에 대한 정치의식을 드러내고, 이것이 촉발효과를 가져와서 40,50대가 복지, 양극화, 취업과 노동시장 문제를 선거 이슈로 삼고 있다. 그동안 이런 사회경제 문제가 선거에서 주요 이슈가 된 적은 별로 없다. 있었다고 해도 중요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올해 선거는 분배가 최대 이슈가 될 거라는 말인가.

"그렇다. 이것은 새로운 현상이다. 그런데 문제제기는 새로운데 기존 정당의 대응은 예전과 차이가 없다. 그래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모르겠다. 사회경제적 이슈가 전면으로 부상하게 된다면, 피할 수 없이 정치적 경쟁의 축은 '중도좌' 방향으로 이동하지 않을까 싶다."

-SNS가 이런 변화를 촉발시키는 것 같기도 하다. 기존 정치인보다 파워 트위터리안이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요즘 같은 SNS 발전은, 그렇지 않아도 약한 한국 정당의 하부구조를 더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그것은 정당의 구조적 변화를 동반하고 있다. 짧은 사이클로 움직이는 여론의 무드와 동원에 의해 후보와 지도자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변화에 대한 요구를 정당 안으로 불러들이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정당 제도를 통한 정치 변화가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다. SNS가 내용적으로 유효한 결과를 가져올지 어떨지를 평가하는 건 아직 이르다."

-20년 만에 대선과 총선이 겹치는 해다. 92년과 비교해 보면.

"한국 정당체제가 불안정한 이유는, 사회의 주요 요구들이 정당과 선거를 통해 안정적으로 대표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외된 사회집단들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선거를 통해 투영되고 불만이 표출되지만, 정당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과 리더십을 갖지 못했다. 뭔가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은 기대가 충만하지만, 이후 결과는 기대에 비해 하잘것없다. '열망-실망의 사이클'이라고 할까? 우리나라는 모든 선거가 '원샷 선거'로 결판이 난다.(웃음) 프랑스 독일처럼 결선대표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정부연합도 아니고, 한 방에 한 표라도 많은 쪽이 승리하고 이렇게 선출된 정부와 다수당의 파워는 너무나 막강하다. 승자가 갖는 권력에 비해 리스크가 큰 선거제도 탓에 '열망-실망의 사이클'이 반복돼 왔다. 이번 선거가 이를 단절시키기를 바라지만, 내 느낌으로는 되풀이되지 않을까 싶다. 안철수 현상도 새로운 것 같지만 (현실 정치 밖 인물이 유력 후보로 등장한 것은) 민주화 이후 대선 때마다 있어 온 현상이다."

#후배들 최장집 비판 … 알고 있다

-지난해 11월 고려대에서 '최장집의 한국민주주의론' 주제의 학술대회가 열렸다. 발표자 상당수가 비판적 의견을 내놓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연락은 받았는데 가보진 않았다. 어떤 학자를 대상으로 했든, 이전 학자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건 학문적으로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발표문은 신문 보도로 대략적으로 봤다. 나에 대한 비판은 이전부터 있었고, 내용도 대충 알고 있다."

-어떤 점인가.

"내가 대의민주주의를 너무 옹호한다는 비판이다. 직접민주주의를 부정적으로 본다, 그리고 정당에 비해 운동의 가능성을 소극적으로 평가한다는 거다. 말하자면 그것이 엘리트주의라는 비판이다."

-그 비판에 답한다면.

"이 문제에 대해 기회있을 때마다 말해왔다. 운동과 정당이 대립하는 게 아니라고. 다만 현대의 민주주의는 대의제민주주의이고, 선거가 있는 한 정당이 중심 메커니즘이라는 것이다. 실제 정당들이 문제가 많다는 것은 나 역시 잘 안다. 그러나 정당 없는 민주주의는 상상할 수 없고, 정당을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내 주장의 요점이다. 물론 운동은 운동대로 필요할 때가 있다. 그것은 시민사회의 중요기능이다. 가령 기존 제도가 완전히 엘리트 독점을 통해서 돌아간다든지, 거대기업에 의해 정부와 시장이 지배될 때, 소수 기득권을 위해 정당이 작동할 때, 선거를 거쳤다고 해도 야당이 견제 기능을 잃을 때, 운동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2008년 촛불시위에 대해 상당히 냉소적인 견해를 보였다. 제도 밖 정치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한다, 정치를 너무 좁은 틀로 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난 촛불시위를 부정적으로 보는 게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처음 들어섰을 때 굉장히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국가의 주요 정책을 결정했고, 의회도 힘이 없고, 야당도 견제력을 상실했다. 이럴 때 시위를 통해 반대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운동이 항시적 효과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운동 무용론을 말한 적도 없고, 그렇게 볼 수도 없다. 최근 헝가리는 보수당이 국회의석 3분의 2를 차지하고 집행부도 장악해서 독재정부화 할 위험성이 커졌는데, 이런 경우 운동은 필요하다"

-국회가 정부 견제력을 잃은 건 우리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러나 한국이 헝가리와 같다고 보진 않는다. 그렇다면 나부터 데모했을 거다.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려면 운동이 필요한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운동을 통해서 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것과 그 체제가 좋은 정책을 만들고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는 건 다른 문제다. 그건 정당이 할 수밖에 없다. 운동은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정당이 지금까지 그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시민들이 운동하는 거 아닌가.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실적으로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선거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의 선거법은 모든 것을 희생하고 부패방지에만 초점을 둔 결과, 정치사회와 시민사회를 분리시킨다. 정당과 정치인들의 활동 공간이 훨씬 더 확대돼야 한다. 또 선거제도와 관련해 사회집단들의 요구가 효과적으로 대표될 수 있는 독일식 비례대표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강은정 인턴기자(서강대 신문방송4

■ 현실정치에선 한발 물러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민주주의 문제에 천착한 진보 성향의 정치학자다. 대표적인 '민주주의 이론가'로서, 최근 10여년 간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그는 노동세력이 배제된 보수독점의 정당체제를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로 진단한다. "대한민국은 노동세력의 열망이 정당제도를 통해 단 한번도 실현된 적이 없는 나라"라는 것이다.

그가 일반인에게 알려진 건 조선일보의 '최장집 사상검증' 사건을 통해서다. 최 교수가 김대중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던 1998년 11월 월간조선은 그의 한국전쟁 관련 논문의 일부 문구를 문제 삼아 '친북적 전쟁관을 갖고 있다'고 공격했다. 소송으로 번진 이 사건은 3개월 만에 최 교수가 조선일보에 장문의 반박문을 싣는 대신 소송을 취하해 마무리됐다.

조선일보는 지난달에는 최 교수가 자유주의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자 교과서 논쟁에서 자유민주주의 용어 사용을 반대한 진보 진영을 비판한 것처럼 보도했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내 논문을 잘못 읽은 것"이며 "자신들의 냉전반공주의를 정당화하는 데 활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뜻하지 않게 사상검증 혹은 이념논쟁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는 것은 최 교수가, 그의 연구성과가 그만큼 우리 사회와 현실 정치에 논쟁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증거일 터이다.

하지만 최 교수는 학문적 연구 외에 현실 정치와는 늘 거리를 둬왔다. 스스로 이념성향을 "중도좌"라고 말한 그는 "학자로서 지향점과 개인적인 정치 성향이 같지만 평생 현실정치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가 2010년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후원회장을 맡았을 때,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는 "개인적인 친분이 많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옛날 교수 시절부터 아주 친했던 사람이에요. 소속이 민주당이니 내가 특별히 반대할 이유도 없고, 친구를 지원한다는 뜻에서 맡게 됐죠. 손학규씨도 내가 공부하는 사람이라 별로 시간 뺏지 않으려 하고요."

정치하는 교수, 폴리페서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떤 내용으로, 어떤 방식으로 정치를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내가 현실정치에 한발 물러서 있으려는 건 학자면 우선 학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죠. 일단 자기 실력을 쌓은 후에 전공 분야에 현실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냥 권력을 추구한다거나 공직을 추구하는 건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죠."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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