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테니스 '빅4'중에서 '빅3'가 2012 호주오픈테니스 4강에 합류했다.
'황제' 로저 페더러(랭킹3위ㆍ스위스)가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데 이어 라파엘 나달(2위ㆍ스페인)과 앤디 머레이(4위ㆍ영국)가 뒤를 이었다. 남은 한 장의 4강 티켓은 노박 조코비치(1위ㆍ세르비아)와 다비드 페레르(5위ㆍ스페인)의 승자에게 돌아간다.
만약 조코비치가 이기면 2011 프랑스오픈의 4강구도 재판이다. 프랑스오픈에서 나달-머레이, 조코비치-페더러가 맞붙은 데 반해 이번 호주오픈에선 나달-페더러, 조코비치-머레이의 조합이다. 빅4의 스와핑 대결이다.
나달-페더러 라이벌사
통산 27번째 대결이다. 앞서 26번 맞붙어 나달이 17승 9패로 앞서있다. 이중 4대 메이저대회 결승에서만 9번 만나 나달이 7승2패로 우위다. 오른손잡이(페더러)와 왼손잡이(나달) 최고수의 대결로 테니스 최고의 빅카드로 꼽힌다. 이에 따라 전문 도박사들은 이들의 대결을 언제나 먹이사슬 최상위 레벨에 올려놓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준결승 무대다. 나달과 페더러가 준결승에서 맞붙기는 2005년 프랑스오픈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는 나달이 3-1로 이기고 결승에 올라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가장 최근에 열린 메이저대회 결승 맞대결은 2011 프랑스 오픈. 나달이 역시 페더러를 제물로 삼았다. 그만큼 페더러는 나달 앞에만 서면 꼬리를 내렸다. 2009년 호주오픈 결승에선 4시간이 넘는 혈투 끝에 나달이 역시 3-2로 페더러를 따돌렸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바클레이 ATP(남자프로테니스) 월드투어 파이널대회(상위 8명 초청경기)에선 페더러가 2-0으로 나달을 꺾었다. 페더러는 1세트 게임스코어 6-3으로 기선을 제압한데 이어 2세트에선 6-0으로 완파해 나달에게 굴욕을 안겼다. 결승 길목에서 만난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의 경기는 언제나 특별한 경험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조코비치-머레이 "이대로" "이번엔"
1987년 5월생 동갑내기로 테니스계 대표적인 '절친'이다. 머레이가 생일이 엿새 빠를 뿐 체격과 경기스타일이 닮은 꼴이다. 그러나 성격은 대비를 이룬다. 조코비치가 악착같이 물고늘어지는데 반해 머레이는 멘탈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따라서 쉽사리 경기를 포기하는 경향이 짙다. 지난해 호주오픈 우승컵을 놓고 결승에서 만나 조코비치가 3-0(6-4 6-2 6-3) 완승을 거뒀다. 역대전적에서도 조코비치가 6승4패로 앞서있다. 최근 전적은 지난해 8월 신시내티 오픈 결승에서 머레이가 기권승을 거뒀다.
만약 조코비치가 이기면 지난해 윔블던, US오픈에 이어 메이저 3개 대회 연패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되고 머레이가 이기면 첫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에 1승만을 남겨놓게 된다. 이와 함께 1936년 프레드 페리 이후 76년 만에 영국출신 메이저 챔피언 계보를 잇게 된다.
지난 연말 머레이와 손을 잡은 전 랭킹 1위 이반 랜들은 "머레이는 대표적인 슬로 스타터다. 나 역시 메이저대회 4차례 결승 도전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머레이 역시 이번이 4번째 도전이다. 서로의 닮은 점이 도움을 줄 것이다"고 영 일간 텔레그라프에 말했다.
한편 머레이는 25일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8강전에서 니시코리 케이(26위ㆍ일본)를 세트스코어 3-0(6-3 6-3 6-1)으로 일축했다. 이로써 일본 선수론 80년만에 호주오픈 남자단식 8강에 진출한 니시코리의 돌풍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치고 소멸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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