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시장 따라다니기를 참 좋아했던 나다. 먹을거리 볼거리 많은 것이야 당연, 내가 상상했던 그 이상의 물건들이 사고 팔리는 데서 사람들의, 삶의 다양성을 배울 수 있었던 까닭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엄마는 장바구니를 든 채 시장으로 향하곤 했다.
생선은 윗동네로 고기는 아랫동네로 발품을 팔던 엄마에게 덤으로 제값을 쳐주던 인정 많은 그들은 다 시장에 모여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엄마는 장을 본답시고 지갑 하나 달랑 챙겨서는 카트를 밀며 백화점이나 대형 슈퍼마켓을 누비게 되었다. 흙이 그대로 묻은 시장의 안 깐 도라지를 사고 싶어도 말끔히 깐 도라지를 파는 마트만이 동네 상권에 자리했기 때문이다.
시장 아줌마들이 호박전이며 인절미를 손에 쥐어줄 때 내가 받아먹은 건 분명 인정이었을 터, 이는 마트의 시식용 녹색 플라스틱 이쑤시개로 누가 먹을세라 튀긴 만두나 볶은 햄을 찍어먹을 때 입천장이 데는 뜨거움과는 분명 달랐을 터. 연안부두를 찾았을 때 20㎏ 광어 한 마리를 1시간에 걸쳐 회로 떠 주던 팔순 할머니가 생각난다.
50년 가까이 그곳에서 칼질을 해올 수 있는 이유, 평생을 걸어야지 장사 하루 이틀 하고 말 것인가. 명절이면 나랏일 하시는 분들 민심 확인한답시고 꼭 그렇게 시장을 찾으시더라. 임기 끝나고도 시도 때도 없이 시장에서 떡볶이 사먹고 기름 짜고 솜 틀 정치인, 이 나라엔 영영 없으려나.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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