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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민심 르포/ "공천=당선? 이 생각은 버려라" 텃밭서 성토당한 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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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민심 르포/ "공천=당선? 이 생각은 버려라" 텃밭서 성토당한 여야

입력
2012.01.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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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1 총선이 77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차기 대선을 불과 8개월여 앞두고 실시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치열한 선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인지 설 연휴 기간 최대의 화두는 어려운 경제 현실과 총선 전망이었다. 한국일보는 설 연휴 기간 수도권과 부산∙경남권, 대구∙경북권, 호남권, 충청권 등 5대 권역 별로 나누어 요동치는 민심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 부산ㆍ경남"한나라당도 이젠 안심할 수 없다"

설 연휴 동안 만난 부산ㆍ울산ㆍ경남(PK) 유권자 열명 중 아홉은 한나라당을 거칠게 성토했다. "술 자리서 한 번쯤은 자근자근 씹히는 게 한나라당"(김해의 40대 회사원 박모씨)이라고 했다. 1992년 YS(김영삼) 집권 이후 한나라당이 사실상 독주해 온 PK에서 4월 총선을 앞두고 야성이 부활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실제 부산 지역구(18곳) 중 민주통합당 후보가 2명 이상 출사표를 던진 곳이 7곳에 달하는 등 '격전지'도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감과 별개로, 정작 총선 지지 정당을 묻는 질문엔 "미워도 한나라당 아입니꺼"라는 '대안 부재론'이 "당보단 인물 보고 찍을끼라예"라는 '인물론'보다 아직까진 우위인 듯 했다.

여야의 판세 분석은 판이했다. "친노들의 뜬구름 잡는 선동은 며칠 안 갈낍니더. 서울서 보는 것과 달리 싹 다 해 볼만 합니더"(한나라당 부산시당 관계자), "심판론도 거세고 인지도 높은 후보도 많이 나왔으니 5석은 가져올낍니더"(민주통합당 부산시당 관계자)

23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한나라당 출마 희망자들의 플래카드가 내걸린 부산 사상역 인근엔 전ㆍ현 정부 대리전을 앞둔 긴장감이 느껴졌다. 사상은 친노 인사 10여명이 집중 공략 중인 서남벨트(북ㆍ강서, 부산진, 사하)의 축. 용접공 조효원(30)씨는 문 이사장 출마에 대해 묻자 "마 됐다 카이소. 지들 아쉬우니 내려와서 노무현 이름 하나 믿고 저라는 거 아입니꺼"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임모(47ㆍ식당업)씨는 한참 동안 이명박정부 비판을 늘어놓더니 "아무리 한나라당이 부산서 쎄다 캐도 문재인은 될낍니더"라고 호언했다.

친노세력의 부활 가능성에 대해서도 "친서민적인데다 다들 PK출신이어서 기대감이 있다."(김해의 20대 대학생), "그 영화배우(문성근) 집은 구하고 나온답니꺼. 친노세력들이 해준 게 머 있다고."(부산 강서구의 40대 자영업자) 등으로 엇갈렸다.

경남 지역의 한나라당 모의원도 "유권자들과 악수하면 4년 전과 손맛부터 다르다"며 위기감을 토로했다. 골수 한나라당 지지자를 자처한 창원의 70대 전직 교사도 "미워도 찍어줬지만 이젠 '공천=당선'생각은 버려야 할끼다"고 단언했다.

반면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감이 바로 야권 지지로 이어질지 여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 신정숙(57ㆍ주부)씨는 "야당 뽑아 줄 것이라고 말했다가 전부 한나라당 찍은 경우가 한두 번입니까"라고 말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 출마와 결부시킨 '조건부' 지지층도 아직은 견고했다. 창원의 한 50대 택시기사는"대선에서 박 대표가 되려면 젊은 사람들로 얼굴을 확 바꿔서 일단 총선부터 이겨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부산∙창원=장재용기자 jyjang@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 호남 "민주, 도로 열린우리당으로 가면 안돼"

"통합을 한다고 했는디, 다시 열린우리당으로 돌아가면 가만히 있지 않는당께라.""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건 안돼지라. 물갈이 해야 혀…."

4월 총선을 앞둔 광주, 전남∙북 지역민들의 속내는 다소 복잡했다. 우선 민주통합당이 시민사회세력과 통합하면서 상대적으로 호남의 전통적 지지층이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불편한 정서가 역력했다. 그러나 공천 개혁 등에 소홀하면 '호남=민주당 텃밭'공식이 그대로 유지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렸다.

23일 저녁 전남 무안군 해제면 한 마을회관에서는 수도권 출향인과 주민 80여명이 함께 하는 대화의 장이 마련됐다. 최인선(57)씨는 "경제대통령이 농촌 경제를 오히려 더 엉망으로 만들었다"며 정권교체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총선과 대선은 지역주의를 떠나 꼼꼼하게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60대 주민은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에 친노 세력들이 너무 득실거린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후계자를 키우지 않아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없는 게 아쉽당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40대 주민은 "호남에서도 공천을 잘못하면 민주통합당을 심판해야 하고, 그렇다 보면 무소속 약진도 예상 할 수 있당께"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지역 언론사인 광주방송(KBC)과 광주일보가 실시한 광주•전남지역 총선 가상대결 여론조사 결과 광주 6곳, 전남 2곳에서 현역 의원과 도전자가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일부 현역 의원은 지지도가 20%를 밑돌면서 2,3위로 밀린 경우도 있어서 공천 결과가 주목된다.

또 다른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현역 의원 과반수 이상을 교체하고, 재선 이상 의원은 수도권 등에 출마시켜야 한다는 요구도 적지 않게 나왔다. 목포 옥암동에 사는 김모(43)씨는"'민주통합당 공천=당선'이 유지되려면 참신한 인물로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며 "다만 정치 색깔도 '친DJ'와 '친노'를 안배하는 식으로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호남에서 분당의 아픔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북에서는 정동영∙정세균 상임고문 외에 3선 이상 중진과 고령 의원 중 누가 추가로 총선 불출마나 지역구 이동을 선언할지가 관심거리였다. 전주 완산구에 사는 박창수(49)씨는 "의원들이 지역 정서를 볼모로 개인 영달을 위해 선수만 늘렸지 지역 발전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반성해야 한다"며 "신인들을 위해 접전 지역인 수도권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 지역의 언론 여론조사에서도 대략 60% 이상이 중진 의원들의 교체를 희망했다. 안모(45)씨는 "전주에서는 정동영 고문과 신경민 민주통합당 대변인의 출마 여부가 관심사"라며 "환영하는 의견과 수도권에 출마해야지 텃밭에서 쉽게 당선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 혼재돼 있다"고 전했다.

전주=최수학기자 shchoi@hk.co.kr

목포=박경우기자 gwpark@hk.co.kr

■ 충청 "자유선진당 얘기는 이제 안해요"

"당장 결정할 것도 아니고 선거가 아직 한참 남았는데 더 두고 봐야쥬."

24일 천안에서 만난 박모(50)씨에게 4월 총선을 앞두고 어느 정당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출마 희망자들이 부지런히 지역을 누비고 있지만 대다수 충청권 주민들은 각 정치세력에 대해 쉽게 마음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세종시 논란으로 입은 '자존심 상처'가 가시지 않은데다 경제가 악화되면서 '반(反)이명박 대통령(MB) 앙금'이 더해진 것이다. 대전 서구 둔산동에 사는 김모(51)씨는 "한나라당이 요새 바뀌겠다고 하는데 그게 다 선거가 다가오니 하는 시늉이지 하루아침에 바뀌겠슈"라며 "경제를 살린다고 해서 이 대통령에게 기대를 했는데 지난 4년 동안 서민들 살림만 팍팍해졌슈"라고 말했다.

충청지역을 주요 기반으로 삼은 자유선진당에 대한 실망감도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이다. 지역 깃발만 내세웠지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없다는 평가가 많다. 부여에 사는 김모(49)씨는 "한나라당이나 민주통합당 모두 스스로 바뀌겠다고 몸부림치는데 선진당은 그런 움직임도 없슈"라며 "주변 사람들도 누가 출마할 것이란 얘기는 하지 선진당 얘기는 안해유"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이러한 분위기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얻고 있다. 대전 동구에선 민주통합당 예비후보자 7명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등 충남 북부권이나 대전을 중심으로 민주통합당에 예비후보자들이 몰리고 있다.

다만 노년층과 장년층을 중심으로 대전∙충남지역 정서 밑바닥에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이 살아 있어서 한나라당 후보들은 나름의 기대감을 갖고 있다.

충북 역시 '반(反) 한나라당' 정서가 폭넓게 펴져 있다. 충북에서 조그만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정모(52)씨는 "4대강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기대를 좀 했는데 결국은 대기업이 죄다 해먹더만유. 4대강 예산 때문에 다른 공사 물량이 크게 줄면서 지방업체들은 죽을 지경이유"라고 핏대를 올렸다. 이용희(보은∙옥천∙영동) 의원이 민주통합당으로 옮기면서 자유선진당의 충북 지역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

하지만 청주시 상당구 등 보수층이 많은 지역에서는 지역 발전을 위해 인물을 보고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택시기사 조모(59)씨는 "여당 실세를 뽑은 북부권(충주, 제천)은 눈에 띄게 발전하는데 야당에게 표를 몰아준 청주권은 상대적으로 침체했다고 비교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육거리시장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한모(56)씨는 "아무래도 나이가 든 사람들은 박근혜씨가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 돼서 뭔가 해보려는데 대해 기대를 갖는다"고 말했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 수도권 "살기 어려워" 한나라 집중성토

설날 직전 남대문 시장. 지하 수입상가의 한 상인은 "오만하고 부패한 한나라당은 절대 안 찍는다. 이명박 정부가 나한테 해 준 게 뭐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옆 가게 상인이 "민주당이나 야당도 한나라당 잘못만 받아 먹으려 했지, 뭘 잘 했느냐"고 덩달아 소리를 높였다. 다른 상인이 '중재'에 나섰다. "어느 당을 찍어도 우리 사는 건 똑같다. 하지만 이번엔 확 바꿔서 정치인들 정신 차리게 해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다."

21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 만난 수도권 유권자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은 "정치인들을 혼내주겠다"였다. 정치권에 대한 염증과 실망이 그 만큼 크다는 뜻이다. 성난 민심의 화살은 주로 집권당인 한나라당을 향해 있었다. 서울지역 뉴타운 건설 계획 때문에 손해를 본 것도, 집값이 떨어지고 전세값이 치솟은 것도, 물가가 오른 것도, 아이 키우기 힘든 것도 "모두 한나라당 때문"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홍보대행사 비정규직인 김서희(29ㆍ서울 강북구 수유동)씨는 24일 "한나라당의 정치는 그들만의 정치다. 서민한테는 콩고물도 안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서울 송파구 주민으로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주만(64)씨는 "그간 한나라당만 줄곧 찍었지만, 돌아온 건 집값 하락뿐"이라며 "이번엔 고민 좀 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민주당을 찍겠다"고 하는 유권자들이 절대 다수인 것은 아니었다. '한나라당이 싫긴 하지만, 민주당을 전적으로 믿을 수도 없다'는 게 수도권의 민심인 듯 했다. 회사원 유창호(34ㆍ경기 수원)씨는 "돈 봉투 사건만 봐도 민주당은 결국 한나라당과 한 통속 아니냐"고 반문했다. 중학교 교사인 김모(36ㆍ서울 서대문구)씨는 "민주당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무슨 정책을 내놓았는지 기억이 안 난다. 선거 때 사람을 보고 뽑겠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 선거 이후 '캐스팅 보터'로 떠오른 20대와 30대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선 "한나라당을 심판해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적극적 투표 참여론과 "정치인들은 다 똑같다. 차라리 투표하지 않겠다"는 회의론이 엇갈리고 있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 대구·경북 "총선은 모르겠고 대선은 박근혜"

대구 경북(TK)의 민심은 짙은 빛깔을 띠며 뒤척이고 있었다. 24일 대구를 떠나는 길에 만난 한 택시기사는 이런 기자의 인상평을 "한마디로 복잡하다는 얘기죠"라는 명쾌한 정의로 대체했다.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기대. "세 감정이 뒤섞인 결과"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21일 대구 북구 칠성시장. 설 대목 열기는 한파와 경기침체 탓에 자취를 감추었고 "대구 경제는 다 망했다"는 짜 맞춘 듯하게 터져 나오는 상인들의 불만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불만이 한나라당 성토로 이어진다는 점도 다르지 않았다. " '죽어도 한나라당'은 이제 옛말입니다. 죽어도 한나라당 싫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시장 한 켠에 둘러앉은 늙은 상인들의 막걸리 추렴이 다가올 총선 얘기로 달아올랐다. "한나라당이 싫어도 우짜노. 뽑을 데가 있어야지" "무소속 뽑아야 한다니까. 확 바꿔버려야 돼." 이어지는 맞장구. "한나라당은 한번 혼이 나야 돼."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무소속 뽑아 놓으면 뭐해. 한나라당으로 다시 갈 건데."

성토는 이 대통령으로 과녁을 바꿔 이어지기 일쑤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경제는 살린다더만. 이게 뭡니까." 대구 중앙로의 한 상인은 말끝에 아예 욕설을 섞었다. 한 60대 주민은 "신공항 백지화 이후로는 '이명박이' 하고 절연했어요"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하지만 난타를 당하는 이 대통령을 바라보는 이들의 표정엔 착잡함도 묻어났다. 어찌됐든, 지난 대선에서 70% 안팎의 높은 지지를 보냈던 곳. 이곳 사람들이 "4대강은 잘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리는 것은 그런 감정의 표현이라고 한 40대 공직자는 말했다.

박근혜 위원장에 대한 기대는 여전했다. "총선은 모르지만 대선은 박근혜"라는 얘기에 고개를 가로젓는 이를 찾기 어려웠다. 학원강사 윤모(42)씨는 "TK 지역의 총선 결과는 박근혜 마케팅에 달렸다"는 나름의 분석도 내놓았다. 하지만 기대감엔 불안감이 동반돼 있었다. 한 50대 택시 기사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긴 돼야 할 건데… 이런 상황에서 쉽게 되겠나.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대구=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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