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자신의 정치 참여 가능성을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해 그 진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 원장은 21일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서 보니 민주통합당도 전당대회를 잘 치르고 한나라당도 강한 개혁 의지를 가진 것 같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가 많다"며 "굳이 저 같은 사람까지 그런(정치 참여) 고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여야가) 국민이 바라는 바가 어떤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여러 가지를 바꾸려는 개혁 의지를 가진 것 같다. 이대로만 잘하면 될 것 같다"면서 "(여야가)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면 저 같은 사람까지 정치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상황에서 자신이 직접 정치에 나설 의사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그는 8일 미국으로 출국할 때에는 "열정을 갖고 계속 어려운 일을 이겨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정치 참여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의 발언만을 놓고 보면 미국 방문 전과 이후에 정치 참여에 대한 '뉘앙스'가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자신의 정치 참여를 둘러싼 높은 관심에 대한 부담으로 '숨 고르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을 하고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실장은 24일 "안 원장이 최근 대권 수업을 받는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등 과도한 관심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에게 쏠린 관심을 잠시 덜고 가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또 이 같은 안 원장의 입장 변화 배경에 대해 4ㆍ11 총선을 앞둔 여야의 경쟁적인 쇄신 바람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여야가 강도 높은 쇄신에 나서면서 국민의 공감을 얻을 정도의 개혁을 이뤄낸다면 자신의 정치 참여도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안 원장은 2월까지 기부재단 설립 밑그림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만큼 당분간 재단 설립과 학교 업무 등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그가 직접 대선 레이스 참여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은 만큼 정치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안 원장은 지난 21일 인천공항에서 "올해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올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그것은 주어지는 것이지, 제가 시기를 정하거나 택할 수 없는 것 같다"고 여지를 남겼다. 안 원장의 측근인 강인철 변호사도 "여당이 쇄신을 하고 있고 야당도 통합하고 있으니 (안 원장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켜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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