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가 민주주의를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AFP통신은 "이집트 역사상 첫 자유 총선을 통해 구성된 하원이 개원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2월 시민혁명으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축출한 지 9개월 만이다.
이집트 하원은 이날 자유정의당의 모하메드 사드 엘 카타트니 사무총장을 새 국회의장에 임명했으며 부의장 2명에 대한 임명 동의안을 처리했다. 카타트니는 이집트의 이슬람 출신 첫 국회의장이다. 그는 의회 연설을 통해 "혁명 과정에서 숨진 순교자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혁명을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집트 하원은 앞으로 새 헌법 초안을 마련할 100명의 패널을 선정하는 업무를 맡는다.
이집트는 민주화 이후 온건 이슬람주의 정당 엔나흐다가 권력을 차지한 튀니지와 마찬가지로 이슬람 정당들이 정치권의 주도 세력으로 떠올랐다. 이집트 최대 야권 그룹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자유정의당은 지난해 11월부터 3회에 걸쳐 실시된 총선에서 47.18%의 득표율로 제 1당을 차지했으며 이슬람 근본주의 정당인 누르당(25%)이 뒤를 이었다. 전체 의석의 70% 이상을 이슬람정당이 장악한 것이다.
그러나 이집트가 완전한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했다고 단정짓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24일 이집트 하원 개원을 '혼돈 속의 출발'로 규정하며 "무바라크 사임 이후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군부가 6월 대선 때까지 계속 영향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새로 구성된 의회가 군부와, 군부에 대한 반감이 강한 국민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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