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 시절 대북송금 의혹 및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불법감청을 폭로했던 전 국정원 직원 김기삼(49)씨의 미국 망명이 최종 허용됐다. 지난 8년간 미국 검찰과 지루한 소송을 해온 김씨가 지난달 12일 필라델피아 이민법원에서 열린 2심 재판에서 최종적으로 망명을 승인받은 사실이 24일 확인됐다. 미국 이민법원은 한국 정부와 북한으로부터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김씨의 주장을 인정해 망명을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7년간 국정원에서 재직한 뒤 2000년 10월 사직하고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간 김씨는 2003년 초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로비 의혹, 5억 달러의 대북 불법 송금 과정 내막, 안기부 불법감청 의혹 등 충격적 내용을 폭로했다. 국정원이 국정원 직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하자 2003년 12월 미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2005년에는 안기부가 김영삼 정부 시절 특수도청조직인 미림팀을 가동해 사회유력인사의 전화통화를 불법 도ㆍ감청했다고 폭로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김씨는 2008년 4월 펜실베이니아 이민법원에서 열린 추방재판에서 정치적 망명을 허용받았다. 하지만 미국 검찰이 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다시 3년 가까운 기간에 걸쳐 재판이 진행됐다. 결국 김씨는 지난달 열린 2심 선고 재판에서 최종적인 망명을 허용 받아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됐다.
현재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 거주하는 김씨는 "최종 망명 승인이 나 홀가분하다"면서 "8년간 재판이 진행되면서 경제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미국 생활 중 뉴욕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최근에는 특허변호사(변리사) 자격까지 취득해 향후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씨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1993년 안기부에 7급 직원으로 들어간 이후 대공정책실장 부속실, 해외공작국 정보협력과, 국제정책실, 대외협력보좌관실, 대북전략국 등에서 일했다.
김씨는 전화통화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우파 정권인 이명박 정부에 기대를 걸었으나 국민의 바람을 철저히 외면했다"면서 "좌파 정권에서 자행된 비리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이종국 미주한국일보기자 edit@koreatimesdc.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