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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핵심인력' 사원급도 이직 금지 판결/ 스카우트 빙자한 '기술 빼내기'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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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핵심인력' 사원급도 이직 금지 판결/ 스카우트 빙자한 '기술 빼내기'에 제동

입력
2012.01.2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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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씨멘스네트웍스코리아(이하 노키아씨멘스)는 세계적 휴대폰제조업체인 핀란드 노키아가 국내에 세운 통신장비업체. 우리나라 시장에 처음 진출할 때 인력규모는 고작 30여명 수준이었지만 경쟁회사에서 인력을 집중적으로 스카우트했고, 그 결과 4세대 이동통신서비스인 롱텀에볼루션(LTE) 장비시장에서 지난해 30% 이상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인력을 데려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에 연구인력을 빼앗긴 LG에릭슨이 낸 2건의 이직금지청구소송에서 법원이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앞으론 스카우트 자체가 힘들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임원들은 가끔 이직을 제한하는 판례가 있었지만 사원급 연구원까지 이직을 불허한 예는 없었다"면서 "직업선택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만든 기술도 소중하게 보호되어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번에 노키아씨멘스가 스카우트한 LG에릭슨의 연구원들이 얼마나 핵심인력이었는지는 논란이다. 법원은 노키아씨멘스 측이 LG에릭슨에 1인당 300만원씩 배상하라고 했는데, 업계에선 이 배상액 규모를 감안할 때 핵심기술 인력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는 건, 크든 작든 기술을 빼가기 위한 목적의 스카우트 자체가 부당하다고 판단했음을 의미한다.

사실 IT업계는 인력스카우트를 통한 기술유출이 비일비재한 동네다. 직접 기술을 개발하거나 로열티를 주고 기술을 사오는 것 보다, 그 기술을 가진 사람을 데려오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에 인력이동도 잦고 이로 인한 분쟁도 많다. 하지만 정상적인 스카우트와 부당한 인력빼가기의 경계가 모호하고, 또 직업선택의 자유와 기업비밀보호의 가치가 자주 충돌하기 때문에 명확한 정답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핵심인력 유출을 둘러싼 갈등은 기업규모를 가리지 않는다. 국내 최대 전자업체인 삼성과 LG도 이 문제로 정면충돌한 예가 있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는 지난 2010년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디스플레이의 핵심공정책임자로 일하던 A씨가 사업을 하겠다며 회사를 그만 둔 뒤, 몇 달 후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 임원으로 이직하자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전직금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다. SMD측은 "많은 비용을 들여 개발한 독점적 AMOLED 기술이 경쟁사에 흘러 들어갈 수 있다. A씨는 퇴사 후 2년 이내에 다른 경쟁업체에 취직하지 않을 의무가 있지만 이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본인이 직장선택의 자유에 따라 입사했을 뿐"이라고 반박했지만, 분란이 커지자 A씨는 결국 LG디스플레이를 떠났다.

핵심인력 유출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다. 중소 모바일 솔루션 업체인 B사 관계자는 "핵심 프로젝트를 맡았던 연구원들이 휴대폰을 만드는 대기업으로 옮겨갔고 결국 회사차원에서 수 개월 동안이나 심혈을 기울였던 프로젝트가 수포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이 기술 때문에 그를 스카우트한 것으로 안다. 억울하지만 중소기업으로선 대기업과 싸울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릭슨과 노키아씨멘스의 이번 판결이 부당한 인력스카우트 관행에, 특히 중소기업 인력과 기술에 대한 대기업들의 약탈적 빼가기 행태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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