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졸업을 앞 둔 문설민(20)씨의 설은 특별했다. 부모의 갑작스런 이혼으로 여동생(16)과 함께 보육원 생활을 한 것도 벌써 8년 째. 그러나 그의 얼굴에서 그늘을 찾긴 힘들다. 보육원에서는 든든한 오빠로, 학교에서는 늠름한 학생회장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문씨는 이번 설 연휴에 전북 군산의 할아버지 댁을 찾아 그리워하던 동생과 오래 떨어져 있었던 아버지도 만나 기쁨을 나눴다. 대학에 합격해서가 아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정직원으로 합격했기 때문이다.
문씨는 최근 3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우조선해양 중공업사관학교 1기생으로 입학했다. 이 학교는 대우조선해양이 중공업 전문가 육성을 위해 올해 처음 문을 열었다. 고3 학생을 대상으로 면접 중심의 채용 과정을 거쳐 신입생을 회사 정직원 자격으로 뽑는데, 올해는 문씨 등 104명이 주인공이 됐다. 중공업사관학교는 대학에서 가르치는 인문, 사회과학 등 소양과목은 물론 설계, 생산관리, 경영 지원 등 전문 실무과정을 중점 교육한다. 일종의 '학력 파괴의 장'으로, 군 생활을 포함해 7년 교육 과정을 이수하면 대졸 신입사원과 같은 대우를 받게 된다.
문씨는 "담임의 추천을 받았는데 실무에 필요한 지식을 중점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점에 끌려 지원했다"며 "대학에 가지 않은 걸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전 6시에 일어나 오후 10시 숙소의 불이 꺼질 때까지 동기들과 기숙사에서 단체생활을 하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해 이곳에서도 10명의 동기들을 이끄는 조장을 맡았다. 30일부터 본격적으로 교육이 진행된다.
인사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문씨는 앞으로 관련 임원이 돼서 자신과 같은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면접관을 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문씨는 "늘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어려움을 이겨왔다"며 "긍정의 자세가 어느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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