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낮춘 포르쉐의 질주가 무섭다. 수억 원대를 호가하는 '백만장자들의 전유물'이란 오랜 이미지를 깨고, 1억원 미만의 차종을 내놓으면서 세계는 물론 국내 시장에서도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크리스터 에크버그 포르쉐(사진) 아시아태평양지사 사장은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최근의 무서운 상승세에 대해 "속도감, 재미 등 스포츠카의 장점에다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실용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것이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포르쉐는 1948년 탄생 이후 반세기 동안 '꿈의 스포츠카'였다. 화려한 디자인, 엄청난 속도, 그리고 웬만한 집 한 채와 맞먹는 가격까지. 자동차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 특히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지만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결코 아무나 살수 없는, 항상 '그들만의 차'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포르쉐는 '스포츠카의 대중화'를 선언하며 값을 크게 낮춘 차종(카이엔 파나메라)등을 잇따라 출시, 폭발적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포르쉐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10만대 판매를 달성했고, 한국에서도 전년대비 85%나 늘어난 1,301대를 팔았다. 국내 수입판매업체인 슈투트가르트 코리아 관계자는 "40~50대 전문직을 중심으로 5인승 SUV 카이엔과 4인승 세단 파나메라를 많이 찾고 있으며 최근엔 여성고객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1억원 미만의 가격에, BMW나 아우디, 렉서스를 살 수 있는 가격에 '꿈의 포르쉐'를 탈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현재도 예약도 밀려있다는 후문이다.
에크버그 사장은 "중국, 인도는 물론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평범한 SUV를 타던 이들도 이젠 카이엔을 찾고 있다"며 "대만, 한국에서 디젤 차 비중이 커지면서 카이엔 디젤모델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르쉐는 차제에 가격을 더 낮춘, 카이엔보다 한 체급 낮은 소형 SUV '케이준'을 2013년말 선 보일 예정. 에크버그 사장은 "케이준은 8,000만원대의 카이엔보다도 가격이 더 낮을 것"이라며 "2018년 20만대 판매라는 포르쉐의 장기 목표 달성을 이끌 전략 차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포르쉐의 창립자 고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가 남긴 "자동차의 완성은 스포차 카"라는 문구를 강조했다. 에크버그 사장은 "미래에는 일상적 이동은 대중 교통 수단이 맡고 운전은 오직 즐거움을 위한 일이 될 것"이라며 "스포츠카는 지금보다 훨씬 대중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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