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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논쟁] 운영권 분할 매각은 규모의 경제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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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논쟁] 운영권 분할 매각은 규모의 경제 포기

입력
2012.01.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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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철도 분야 비효율, 민영화로 해결 안돼수익성있는 노선 분리 운영은 재벌특혜 논란 불러일으킬 것

1999년 IMF 경제위기가 한창일 때 철도 민영화 요구도 드셌다. 공공독점의 비효율을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묻지마 식 민영화와 해외매각의 바람이 거셀 때였다. 이 때 조언을 구하러 온 필자에게 정치성향으로 자유주의자이자 세계철도연맹의 총재를 지낸 프랑스인 왈라브씨는 "프랑스에선 보수주의자도 철도 민영화는 꿈조차 꾸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유럽통합에 맞춰 대륙철도의 주도권을 둘러싼 프랑스와 독일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철도를 민영화하거나 분할해서 매각하는 일은 바보짓이라고 했다. 그는 유럽통합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외국 철도 차량의 진입을 허용하는 것 말고 철도를 분할 운영한다는 것은 "철도 시스템의 기술적 특성과 망산업의 규모의 경제 효과를 전혀 모르고 하는 문외한의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2012년 한국에선 새삼 철도 민영화 바람이 불고 있다. 강남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KTX노선의 운영자를 민간 사업자로 선정한다면서 국토해양부는 '경쟁체제 도입을 통한 독점타파와 효율화'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철도를 분할 민영화한 영국은 빈발한 철도사고와 100%가 넘는 요금인상의 문제에 직면하다가 시설회사의 파산으로 재국유화의 방향으로 선회했다. 과연 우리나라 국토부는 철도를 분할하고, 민간 경쟁을 도입할 묘수라도 만들어 낸걸까? 그렇지 않다면 이명박 정권의 마지막 남은 대형 이권사업이 재벌특혜나 국부 해외유출로 귀결되는 먹튀 프로젝트라는 의혹에 대해 해명해야 할 일만 남는다.

철도와 같은 망산업은 초기 시설투자비가 많이 들어 진입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독점으로 운영할 때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휘되는 자연독점의 성격을 가진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국토부는 철도망 전체를 민영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시설은 여전히 국가소유이고, 운영사인 한국철도공사와 경쟁하는 민간사업자가 일부 구간을 분할 운영하며 경쟁을 통한 효율화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간 사업자에 운영권을 분할 매각하는 것은 통째로 민영화 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국가기반시설에서 민영화의 새로운 수법이다. 그러나 영업거리가 3,500여 km에 불과한 한국 철도에서 분할 운영은 범위의 경제 효과를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근거로 얘기하는 일본의 경우 2만km가 넘는 영업거리를 6개사로 분할한 것이다. 철도 시설에 드는 막대한 건설비를 운영사가 시설이용료 형태로 분담하는 것도 이용자가 분담하는 도로, 항공, 항만과 다르다. 무엇보다 철도에서는 운영사의 분할을 통한 경쟁의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다. 분할 운영되는 나라의 철도는 범위의 경제 효과, 안전성 등을 고려해 대부분 지역별 독점의 형태를 띠게 된다. 80%를 기존 운영사인 철도공사와 공유하며, 일부만 새로운 시설을 이용하는 수서발 KTX의 민영화의 간접적인 경쟁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수익성 있는 수서발 KTX 노선을 분할 민영화하는 국토부의 논리도 궁핍하다. 합리적인 근거도 따지지 않고 철도공사의 적자와 비효율을 거론하는 주무부처의 태도는 옹졸해 보인다. 도대체 실질적인 산하 기관인 철도공사를 공격하면서까지 추진해야 할 이유가 뭔지, 의아스러울 지경이다. 철도의 영업적자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가가 부담해야 할 공공서비스부담(PSO), 시설투자 부채, 물가인상률에 미치지 못하는 요금수준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하고 국제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책정된 시설이용료를 현실화 한다면 운영수지도 흑자로 전환된다. 이 기반으로 수익성이 없으나 공익을 위해 일반철도를 운영한다. 인건비도 국제 기준에 비쳐 결코 높지 않다. 오히려 공공경영평가에 따른 경영압력으로 인해 과도한 외주화를 불러와 KTX 승무원 같은 비정규직 문제나 인천공항철도 유지보수 외주인원 5명 사망과 빈번한 유지보수 미비 관련 사고 등 안전사고를 유발하고 있다. 공공 비효율의 근거로 든 사례는 기반시설 투자의 책임을 진 국가와 공공서비스를 수행해야 할 공기업의 관계가 새롭게 재정립되고 공기업의 효율성과 공공성의 조화에 대한 변화된 기준을 마련해서 해결할 과제이지, 민영화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수익성 있는 노선을 분할해 민영화하는 것은 철도의 통합적 성격을 간과한다는 점에서 공공의 이익에 반하며, 특혜 시비를 낳는다는 점에서 비상식적이다.

김성희 고려대 경제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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