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라는 전쟁터에서 교육은 무주공산인데 대선 주자들은 아무도 교육에 깃발을 꽂지 않고 있다. 대선 주자 그 누구도 스스로를 교육의 적임자로 자처하지 않고 있다.
왜 대선 주자들은 교육을 무주공산의 상태로 버려두고 있는 걸까. 교육을 몰라서? 우리의 훌륭한 대선 주자들이 그럴 리는 없다. 대선 주자들이 스스로를 교육의 적임자로 자처하지 않는 건 오히려 그들이 교육의 특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대선 주자들에게 교육은 계륵이다. 버리긴 아깝지만 막상 먹으려 하면 먹을 게 없는. 그래서 그들은 선뜻 교육에 깃발을 꽂을 수 없는 것이다.
첫째, 교육으로 인한 국민의 고통이 매우 큰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교육 문제의 해결은 국민의 최우선적 욕망이 아니다. 국민들은 뭔가 다른 것을 더 크게 욕망하고 있다. 물론 새로울 것이 없는 현상이다. 예전에도 그랬다.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킨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 가장 큰 욕망은 '돈'이었다. 그렇다면 올해의 대선에서 국민이 가장 크게 욕망하는 것은 무엇인가. 적어도 교육 문제의 해결은 아닌 것 같다.
둘째, 교육에서는 구체적 정책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 매우 어렵다. 구체적 정책은 그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상당 부분의 문제를 갖게 마련이다.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과도기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으며, 많은 예산이 필요할 수 있고, 누군가의 이익을 침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정책이 구체성을 띌수록 비판을 받기 쉽다. 물론 교육 정책만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육 정책은 특히 그런 속성이 강하다. 그래서 교육에서는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입시 위주의 교육, 사교육의 번성, 교실 붕괴 현상…,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하지만 그 구체적 해법을 말하는 순간 사람들의 의견은 각각이다. 모두가 핀란드 교육의 훌륭함을 칭찬하고 핀란드의 학교 교육을 본받자고 말한다. 하지만 핀란드에서 시행하고 있는 구체적 정책을 말하면 사람들의 의견이 달라진다.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고려해 핀란드처럼 고등학교에서라도 학년제를 폐지하고(무학년) 단위제(학점제)로 나아가자고 말하면 반대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대선 주자들이 스스로를 교육대통령이라 자임하는 것은 어렵다. 그냥 적당히 입 다물고 있는 것이 최선이다. 듣기에 좋은 그럴듯한 주장을 적당히 언급하는 선에서 멈추는 것이 제일이다.
국민들이 교육 문제의 해결을 강렬하게 희망했다면 대선 주자들은 서로 먼저 스스로를 교육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려 했을 것이다. 국민들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교육 정책을 강렬히 원했다면 대선 주자들은 앞 다투어 그러한 정책을 내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국 국민 탓이다. 교육 때문에 국민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결국 국민 탓이다. 교육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건 결국 국민이 그것을 강렬하게 욕망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 정책에 대해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대선 주자 중 누가 대통령이 되건 교육은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의 후순위로 밀릴 것이다. 파급력이 큰 구체적 정책이 국민 앞에 제시되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교육은 계속해서 이 모양 이 꼴 그대로 일 것이다. 누구 탓인가? 결국 국민 탓이다.
교사인 나는 교육에 관한한 국민 앞에서 죄인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감히 누구를 탓하고 있는가. 죄송하다. 하지만 이젠 국민이 움직일 때가 되었다. 국민이 더 크게 욕망해야 한다. 국민이 정책에 대한 안목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움직이고 정부가 행동한다. 그래야 교육이 변한다.
2012년 대선, 교육을 자신의 운명적 과업으로 삼은 교육대통령의 탄생을 소망해 본다.
이기정 서울 창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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