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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 경찰 공조 '설 동반자살' 4명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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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 경찰 공조 '설 동반자살' 4명 구했다

입력
2012.01.2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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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에 포털사이트에서 만나 함께 자살을 시도하던 20∼30대 4명이 동반자살자를 가장한 경찰의 공조수사에 의해 극적으로 목숨을 구했다.

광주 시민 윤모(52)씨는 지난 21일 오후 6시26분쯤 한 인터넷 포털 블로그에서 '대구에 사는 사람인데 동반자살자를 모은다'는 글을 발견, 광주 남부경찰서 양림파출소에 신고했다. 큰 빚을 지고 절도까지 저지른 이모(24ㆍ대구 남구)씨가 올린 글이었다. 이씨는 경찰 추적 등을 피하기 위해 19일 오후부터 자신의 블로그에 이 같은 글을 게시했다.

윤씨의 신고가 광주경찰청을 거쳐 대구경찰청 사이버수사대로 넘어간 것은 1시간쯤 후인 오후 7시35분. 사이버수사대는 포털 측의 협조를 얻어 이씨의 인적사항을 확인한 후 주소지인 대구 남구에서 가장 가까운 파출소에 출동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파출소는 이씨의 주소지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만 확인했다.

사이버수사대는 그동안 이씨의 블로그에 동반자살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나도 세상 살기 싫으니 같이 죽을 수 있도록 기다려 주시오." 그러나 이씨는 휴대전화도 버렸고 블로그의 비밀 댓글은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초조하게 이씨의 답글만 기다리며 뜬눈으로 밤을 새우던 사이버수사대가 답글을 확인한 것은 하루가 지난 22일 오전 6시30분쯤이었다. 경찰은 출동 준비를 갖추고 오전 8시30분 이씨에게 만나자는 연락을 했다.

이씨는 이미 전날인 21일 오후 1시쯤 경북 포항에서 동반자살을 하려던 서울 부산 경기 지역 사람 3명과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하고 있었다. 경찰은 이들 중 휴대전화를 갖고 있던 황모(37)씨와 20여 차례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합류하자고 설득했다. 그리고 마침내 22일 오후 2시30분쯤 포항시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PC방에서 4명과 만나는 데 성공했다. 대구, 포항, 광주 경찰의 공조가 성공한 순간이었다.

경찰은 이들을 설득해 대구로 이송한 휘 사회복지법인 대구생명의전화의 상담을 받도록 했다. 황씨 등 3명은 설날인 23일 오전 1시쯤 가족, 지인과 만나 귀가했다. 경찰은 동반자살을 주도한 이씨는 자살방조미수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있었지만 동기 등을 고려해 형사입건하지 않기로 하고, 절도 혐의로 수배된 관할 경찰서로 인계했다.

대구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 김재성 경감은 "공조 수사가 성공해 설날에 4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이들이 해당 지역 상담기관에서 지속적인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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