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판사라면 아동 성폭행범과 살인범 중 어느 쪽을 더 높게 처벌하겠는가'. 일반 시민 대다수는 아동 성범죄를 살인죄와 같거나 그 이상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법조 전문가 절반 이상은 살인범에게 더욱 중한 벌을 내려야 된다고 응답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일반 시민 1,000명 및 판사, 검사, 변호사, 형법학자 등 법조 전문가 908명을 상대로 실시한 양형기준 설문조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세 아동을 성폭행한 강간범과 술을 마시다 자신을 무시한 친구를 홧김에 살해한 살인범 중 어느 사안을 더 중하게 처벌해야 되는가'라는 질문에 일반인 집단에선 강간범을 더 높게 처벌해야 된다는 응답이 26.1%나 됐다. 살인범과 똑같이 처벌해야 된다는 응답자도 38%나 됐다. 대다수 시민이 성범죄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법조 전문가 집단에선 61.1%가 살인범을 더 높게 처벌해야 한다고 응답해 국민 법 감정과는 적지 않은 차이를 보였다.
아동 성범죄 이외의 성범죄에 대해서도 일반인은 더 높은 양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안면 있는 여성을 한 차례 성폭행한 남성에 대해 징역 5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응답은 37.4%, 징역 3년~4년 이하의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응답도 25.5%나 됐다. 반면 전문가 집단에서는 54.3%가 징역 2~3년 이하의 실형이 적당하다고 응답했다.
피해자와 합의한 성폭행범에 대해 전문가 집단에선 81.1%가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응답한 반면, 일반인 집단에선 58.2%가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답했다. 딸에게 약을 먹인 뒤 한 차례 성폭행한 의붓아버지에 대해 전문가 집단에선 42.1%가 징역 2년~3년6월 이하의 실형을, 일반인 집단에선 48.6%가 징역 7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해야 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뇌물ㆍ살인ㆍ위증죄 등 성범죄 이외의 범죄에 대해선 일반인과 전문가간 양형 인식에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 관계자는 "성범죄를 더욱 강하게 처벌해야 된다는 국민의 인식이 이번 설문조사로 확인된 만큼 이달 30일 최종 의결할 예정인 성범죄 수정 양형기준에 이를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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