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가 끝났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다 할 그 시간을 돌이켜보니 세상에나, 먹은 기억밖에 없다. 엄마가 팔 빠지게 무치고 부치고 삶고 볶고 튀겨준 그 많은 음식들을 먹다 지치면 집 앞 베이커리로 향했다.
일가친척들로 북적거리는 집 안에서 내 밥사발에 고이는 얘기라야 빤하지 않겠나, 내일모레 홀로 마흔인데. 연휴 내내 가게에 붙은 24일까지 24시간 정상 영업합니다, 라는 전단 문구 너머로 앳된 얼굴의 여학생 하나가 카운터를 보고 빵을 진열하고 2층 카페 구석구석을 청소하느라 몹시도 분주한 듯했다.
내리 나흘을 들락거린 나, 심지어 오지랖도 넓은 나, 안면을 텄다는 생각에 그 학생에게 말을 걸었다. 주인아줌마 없이도 내 엄마 가게인양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이 참으로 예뻤기 때문이다. 고3이라 했다. 인근 사립대학에 합격한 예비 대학생이라고 했다. 등록금이 500만원을 훌쩍 넘었다며 어렵사리 얻은 아르바이트에 한층 재미를 붙이는 중이라고도 했다.
말이 쉬워서 오백이지 6개월 동안 족히 팔십여 만원은 저축해야 가질 수 있는 돈, 그 빌어먹을 등록금은 늦은 밤까지 가족들 간의 화두로도 올라 있었다. 조경 사업을 하는 이모네 가세가 기울면서 사촌 동생의 등록금이 모두의 걱정거리가 되었던 것이다. 이제 겨우 두 살 된 조카의 세배에 세뱃돈을 건네며 나는 이렇게 당부했다. 천원이라도 지금부터 모아야 대학 간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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