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은 부모ㆍ자녀 관계에서 부양부담이 없고, 남녀 구분 없이 함께 일하고 돌보는 형태로 향후 가족생활이 변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제도 미비로 가족간의 부양의무가 크고, 선진국에 비해 가정 내 남ㆍ녀 역할구분이 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세 이상 70세 미만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상대로 '2030년 한국인의 미래인식 및 가족의 미래에 대한 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2030년에 희망하는 가족생활 모습으로 '복지제도의 발달로 부양부담이 없는 부모ㆍ자녀 관계'(25.9%)를 첫 번째로 꼽았다. 10개 가량의 예시를 제시하고 1순위, 2순위를 묻는 질문에서 1순위만을 분석한 결과다. 두 번째로는 '남녀 구분 없이 함께 일하고 돌보는 가족생활'이 21%로 뒤를 이었다.
이어 '부모의 경제능력으로부터 독립적인 결혼문화'(12.7%), '근로시간 단축으로 조화로운 일-가족생활 향유'(11.7%)를 꼽았다. 과다한 결혼비용에 대한 불만과 세계적으로 가장 긴 노동시간으로 인해 가족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점이 투영된 결과로 보인다.
또 결혼을 가족간의 결합으로 보는 의식도 상당히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결혼식은 앞으로도 가족과 친지가 모두 참석하는 성대한 행사일 것이다'는 문항에 동의하는 답(47.2)보다, '결혼은 당사자와 증인만 참석하는 의식으로 바뀔 것이다'라는 문항에 동의하는 비율(53.4%)이 더 높았다. '시댁에 대한 예단, 이바지 음식, 폐백 등이 없어질 것이다'고 답한 비율도 64%나 됐다. '결혼식은 하지 않고 혼인신고만 할 것이다'라는 문항에도 42.8%가 '그럴 것이다'고 답했다.
이 밖에 국제결혼에 찬성하는 비율이 78.2%, 입양 찬성 74.6%, 독신 찬성 61.1%, 동거 찬성 50.6% 등을 기록했다. 반면 비혼 출산에 찬성하는 비율은 35.9%, 동성간 결혼을 찬성하는 비율 16.2%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출산율이 높은 유럽 등의 국가에서는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비율이 높고 동성결혼도 지지를 받고 있지만, 우리국민은 비혼출산ㆍ동성결혼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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