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개혁 조치로 민주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미얀마가 종족 분쟁에 발목을 잡혔다.
뉴욕타임스는 미얀마 최북단 카친주(州)에서 지난해 6월부터 정부군과 부족군 간 내전이 일어나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19일 보도했다. 이로 인해 개혁의 훈풍에 제동이 걸린 것은 물론 반세기만에 화해모드로 돌아선 미국과의 관계까지 위협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카친주에 주둔한 미얀마 정부군은 중국과 국경을 맞댄 산악지대에 수백 발의 박격포탄을 떨어뜨렸다. 국제인권단체와 카친족 수장들은 정부군이 가정집에 불을 지르고 주민들을 짐꾼으로 부리는가 하면 고문과 강간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포격 직후 한 주민은 "카친주에 저주가 내린 것 같다"며 두려움에 떨었다. 이 지역에 급파된 구조대원은 "최소 수천명의 주민이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도망갔다"며 "폭력이 계속된다면 피난민은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분쟁은 미얀마와 중국이 카친주에서 합작으로 진행하던 미트소네 수력발전댐 건설 공사를 둘러싸고 시작됐다. 소수민족과의 충돌로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아온 미얀마 정부는 36억달러(4조2,1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이 공사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군대를 파병했다. 부족군의 통제 하에 있는 카친주는 크게 반발했다.
댐 공사는 지난해 9월 중단됐지만 분쟁은 더욱 심해졌다. 정부군은 요충지인데다 자원이 풍부한 카친주를 장악하기 위해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카친족 여단장인 섬루트 군 마우는 1,000여건의 분쟁이 발생해 최소 140명의 부족군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희생된 주민은 셀 수조차 없다"며 "자치를 원하지만 그들(정부군)은 대화보다 무력으로 해결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미얀마 정부는 앞서 12일 가장 강력한 반군세력인 카렌족과 휴전에 합의했다. 카렌족과 휴전함으로써 한숨을 돌렸으나 카친족과의 갈등으로 개혁 이미지에 흠집이 불가피하게 됐다. 미국은 미얀마 정부에 종족 분쟁을 종식시켜 개혁 의지를 보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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