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야가 '친서민' 기치를 내걸고 선심성 정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물론 이들이 제시하는 정책 중에는 서민의 생활고를 줄이기 위해 불가피한 정책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 정책이 당정 협의나 당내 논의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정책인데도 재원 마련 대책도 제시하지 않는 정책이 많다.
특히 여야는 총선 민심의 첫 분기점인 설 연휴를 앞두고 각각 "100만명을 위한 정책"(한나라당의 전월세 대출 금리 인하) "70만명이 혜택 받는 정책"(민주통합당의 간이과세 기준 상향) 등의 주장을 하면서 설익은 공약을 서둘러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은 20일 소값 폭락 대책으로 소 사육 농민이 올해 갚아야 하는 소 사료 구입 자금 5,132억원의 상환을 1년 연기해 주기로 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연장되는 융자금의 금리는 현행 1%에서 3%로 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지만 이미 대출금을 상환한 농가와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데다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날 한나라당 비상대책위가 정책쇄신 1호로 내놓은 제2금융권 전ㆍ월세 대출 금리 반값 인하도 근본적인 전ㆍ월세난 해소와는 거리가 있는 미봉책이란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나 실무를 맡게 될 주택금융공사와 재원 확보에 대한 사전 협의도 없었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1.5%까지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도 금융당국 등에서 "손익분기점(1.8%)보다 낮아지면 카드론ㆍ현금서비스 등에서 이익을 늘리려는 풍선효과만 부를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비대위는 "비정규직ㆍ대학등록금 인하 대책 등도 마련하겠다"고 애드벌룬을 띄운 상태이다. 이를 두고 집권당이 책임 의식 없이 'MB 노믹스' 색깔 빼기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통합당도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1% 부자 대 99% 서민ㆍ중산층' 대립 구도를 부각시키는 정책 만들기에 치중하고 있다. 한명숙 대표는 이날 대전시당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부가가치세 간이 과세 기준을 현행 4,8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세상인의 세 부담 경감과 납세 편의 도모'라는 한 대표의 주장과 달리 탈세 유인 등의 문제점이 있는 간이과세를 폐지 또는 축소해 세원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기류와 배치되는 정책이다.
민주통합당은 또 중소영세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위해 이미 발의한 여신금융업법과 세법 개정안 입법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전날 한나라당의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발표에 "우리 정책인데 갑자기 발표한 저의가 뭐냐"고 따지던 민주통합당이었다. 무상 복지 정책 시리즈 역시 총체적 점검보단 '장밋빛 공약' 제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재원 문제를 따지지 않고 정책을 제시했다가 나중에 '나 몰라라'식으로 진행되는 선심성 공약의 악순환은 결국 국민의 정치 불신만 조장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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