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늑장 행정이 내부순환도로의 잇단 차량 추락사고를 불렀다. 19일 내부순환도로 성산대교에서 홍지문 방향으로 달리던 승용차가 연희램프 화단을 들이받고 25m 아래 홍제천변으로 떨어졌다. 차량은 불타고 운전자는 숨졌다. 지난해 11월 28일과 30일에도 화물차가 내부순환도로 홍은램프 화단에 충돌한 뒤 길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 1명이 사망했다.
사고의 직접 원인은 운전자 과실과 부주의다. 19일 사고는 1차로를 달리던 차량이 앞지르기를 위해 급하게 3차로까지 가로지르다 화단과 충돌한 뒤 방음벽을 뚫고 추락했다. 사고 운전자는 택시와 접촉사고를 내고는 과속으로 달아나던 중이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2건의 화물차 추락사고도 과속과 음주, 졸음 운전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추락 사고가 잇따른 데는 위험한 도로 구조를 방치한 서울시의 책임이 크다. 연쇄 사고가 난 내부순환도로 진입로 부근은 갑자기 길이 끊기면서 화단이 가로막고 있어 운전자들이 주의를 소홀히 하면 부딪치기 쉽다. 게다가 화단 둘레의 낮은 연석이 도약대 노릇을 하는 바람에 차량이 충격완화장치와 방호벽을 넘어 고가도로 아래로 추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해 두 차례 사고 직후 전문가들은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 안전조치를 권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손 놓고 있다가 19일 다시 사고가 난 뒤에야 부랴부랴 임시로 방호벽을 높이는 한편 2월 말까지 고정식 콘크리트 구조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새로 노면 위험표지와 미끄럼방지 포장을 하고 제한속도를 낮추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한다.
진작에 이런 안전조치를 서둘렀으면, 추락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서울시는 행정절차 핑계를 대지만, 일찍부터 사고 위험성이 지적된 도로 구조를 개선하거나 안전시설을 강화하지 않은 것은 게으른 탓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서울 도심과 외곽을 이어주는 내부순환도로의 추락 사고는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도로 구석구석의 위험요소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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