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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탓 양극화 설 풍경/ "빈손 귀향" 터미널 예년 비해 한산 "연휴 해외서" 공항 출국장은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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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탓 양극화 설 풍경/ "빈손 귀향" 터미널 예년 비해 한산 "연휴 해외서" 공항 출국장은 북적

입력
2012.01.2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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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하루 앞둔 20일 낮 12시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 고속터미널. 호남선 발권을 하는 매표소 앞 풍경은 명절 귀성 분위기가 아니었다. 매표소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찾아보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귀성객들은 대기 시간도 없이 곧바로 표를 사갔다. 안내데스크에서 일하는 김모(23)씨는 "지난 추석과 설 연휴 이맘때와는 달리 확실히 한가하다"고 말했다. 전남 장흥 고향집으로 향하던 박기남(43)씨는 "예전에는 명절 때마다 고향에서 친구들을 많이 만났는데 다들 살기 빠듯한지 내려오질 않아 명절 기분이 안 난다"고 안타까워했다.

꽁꽁 얼어붙은 경기는 설 쇠는 시민들의 주머니까지 닫았다. 가벼워진 선물보따리와 저렴한 실속 설 선물이 이를 말해준다. 고향인 광주로 내려간다는 김지경(34)씨는 "이번 설 가장 달라진 분위기는 선물"이라며 "비싼 선물보다는 실용적이고 간단한 햄이나 식용유 등 1,2만원대 선물 위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광고업에 종사하는 김모(31)씨는 "명절에 한 번씩 뵙는 부모님 용돈까지 줄일 수 없어 작년만큼 준비했지만 대신 선물은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헐렁한 지갑 사정을 반영해서인지 양말이나 속옷 등의 전통적인 설 선물이 부활했다. 대형마트에서도 1만원을 넘지 않는 저가 상품이 부쩍 늘었다. 서울 성북구 돈암제일시장 상인 한모(57)씨는 "싸고 실용적인 양말이나 내복을 설 선물로 사가는 사람들이 예년보다 10% 정도 더 는 것 같다"고 말했다. 편의점 훼미리마트에 따르면 비누 치약 샴푸 등으로 구성된 3만원대 이하 생활잡화 세트의 매출액이 작년 이맘때에 비해 50% 늘었다. 롯데마트는 1만원대 이하의 실속형 가공ㆍ생활 선물세트물량을 지난 설보다 70% 이상 늘렸다.

반면 백화점의 고가 선물세트가 매진되는 등 '설 선물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정육, 굴비, 정관장, 수삼 등의 20만원 이상 프리미엄 상품 매출이 지난해 대비 6.5% 증가했다. 80세트로 한정 제작한 90만원짜리 '현대 프리미엄 한우'도 동이 났다.

해외에서 설 연휴를 보내는 관광객도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20일부터 엿새간 27만2,796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래 최다 수치"라고 말했다. 인천공항에서 캐나다 밴쿠버로 간다는 박모(34)씨는 "친구들과 9박10일간 보드를 타러 간다"며 "지난 월요일 미리 성묘를 했다. 명절 때만큼 길게 쉬는 날이 없으니 해외여행을 택했다"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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